이번에 읽은 책은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이다. 방금 막 책을 다 읽은 참인데, 가슴에 먹먹함이 남아있다. 책의 내용을 다 읽고 뒤의 작가의 말을 읽고나니 먹먹함이 더하다. 소설 속에 수많은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지만, 이 책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부분이 작가의 말에 있는 것 같아 인용해본다.


우리는 최선의 . 적어도 그렇다고 판단한 . 선택으로 질풍을 피하거나 질풍에 맞서려 한다. '그러나' 눈앞에 보이는 최선을 두고 최악의 패를 잡는 이해 못 할 상황도 빈번하게 벌어진다(일간지 사회면을 점령하고 있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그 증거일 것이다).


사실과 진실 사이에는 바로 이 '그러나'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야기되지 않은, 혹은 이야기할 수 없는 '어떤 세계'. 불편하고 혼란스럽지만 우리가 한사코 들여다봐야 하는 세계이기도 하다. 왜 그래야 하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모두 '그러나'를 피해갈 수 없는 존재기 때문이라고 대답하겠다.


- 정유정, 7년의 밤, 작가의 말 중 -


책을 읽기 시작한 초반에는 - 극중 소설의 내용으로 들어가기 전에는 - 책이 참 지루했다. 전체적으로 우울한 분위기였고, 작은 장면에도 묘사가 많이 들어가있어 템포도 느리며, 무엇보다 뻔하디 뻔한 스토리(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도입부에 지나지 않았던 사건)가 나왔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그냥저냥 재밌는 레벨을 넘어선, 독자를 압도할만큼 재미있는 소설의 도입부는 흥미롭게 꾸미기 힘든 것 같다. K팝스타에서 박진영이 자주 하는 말이 있는데, 무대에서 강약조절을 하며 극적인 무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설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소설이라면 이를 풀어내기 시작하는 전반부는 다소 지루한 면이 있는 것 같다.


아무튼, '7년의 밤'에는 아버지이자 살인자인 현수, 현수가 끔직히 아끼는 아들인 서원, 현수의 직장 동료이자 서원의 보호자인 승환, 이들을 지옥까지 몰아붙이는 엘리트이자 사이코패스인 영제가 주요 인물들로 나온다. 그리고 작가의 말에 언급됐듯이, '그러나'를 피해가지 못해 일어나는 사건이 소설의 주 내용이다.


이 사건은 어두운 과거를 가진 현수의 부정, 무서울 정도로 치밀한 영제, 침착하게 지켜보면서도 사건의 끝을 알고 싶어하는 소설가 승환, 그리고 나이에 맞지 않는 성숙함을 보여주는 서원 모두가 어우러져 그 극적임을 더한다. 소설의 주인공과 보조인물들 하나하나 사건에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다.


내용을 더 언급하는 것은 스포가 될 것 같아 여기서 마친다. 읽으며 이렇게 감정 이입을 하고, 다 읽고나서도 그 감정을 잠시나마 그대로 간직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소설이라는 장르의 큰 매력인 것 같다. 한국 소설은 그닥 많이 읽지 않았었는데 앞으로 많이 찾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었다.




7년의 밤

저자
정유정 지음
출판사
은행나무 | 2011-04-0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세계문학상 수상 작가 정유정의 신작 장편.7년의 밤 동안 아버지...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함께 오사카에 다녀왔었던 Y, C, K와 함께 간만의 식사와 술. 1차로 삼각지역의 (고가길)구공탄, 2차는 서촌 계단집, 3차로는 서촌 비짜에 갔다.



구공탄의 간판. '구공탄'이 아니라 '9공탄' 이다. 명성에 비해서 내부는 상당히 좁은 편.



줄서서 기다리며 초벌구이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기다리면서 연탄불로 초벌을 하는 모습을 보면 점점 배고픔에 고통받는다.



일단 주문한 삼겹살. 200g에 13,000원 정도 하는데 고기의 두께 덕분인지 비주얼부터 압권이다.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서 익히다보면 배고픔에 2차로 고통받는다. 테이블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서인지 사장님께서 고기를 직접 다 썰어주신다. 빠르고 맛있게 구워주시기 때문에 이제 이렇게 잘라진 고기를 잘 뒤집기만 하면 된다.



익어가는 고기의 비주얼... 이쯤 되면 정신을 놓을 수 밖에 없다.



정신없이 오고가는 젓가락과 집게들. 지금까지 먹어본 삼겹살 중에서 거의 최고급에 속한다. 가격대비로 생각하면 단연 최고. 줄서서 좀 기다려야 한다는 점만 제외하면 꼭 가볼만 한 곳이다. 



삼겹살 이후 주문한 항정살. 삼겹살보다 조금 더 비싸긴 하지만 역시 항정살은 맛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삼겹살이 더 맛있...



마지막으로 주문한 김치볶음밥. 비주얼에서 보이듯이 다른 고기집의 김치볶음밥에 비해 좀 맵다. 그런데 맛있게 매운 맛이라 배부른데도 계속 숟가락이 가는 맛. 둘이 가서 삼겹살 2인분 + 김치볶음밥 먹으면 완벽할 듯.



2차로는 서촌의 계단집에 갔다. 이때부터는 이미 많이 취해있어 외부는 찍지 못했다. 서촌의 먹거리 골목에 있는데 밖에서 봐서 해산물 천국이구나 싶은 모습이다.



신기해서 먹어보자고 한 꼴뚜기 회. 리얼한 꼴뚜기의 눈알을 볼 수 있다. 바다의 맛이 느껴짐.



그리고 사장님이 추천해주신 쭈꾸미 숙회. 다리는 물론이고 머리 부분에 알이 차있어서 정말 맛있었다. 고기 순대를 먹는 듯한 느낌인데 그것보다 더 바다스럽고 진한 맛이 난다.



그리고 3차로 간 비짜. 피자와 맥주를 먹을 수 있는 곳인데, 10시 반이 넘어 피자는 주문이 되지 않았다. 



어차피 배가 불러 있어 프라이를 시켜 먹었는데 또 먹으니까 다 들어간다. 프라이에는 치즈와 미트볼 소스 같은게 올라가 있는데, 먹을만 하다.



그리고 함께 마신 IPA. 나는 IPA 대신 샹그리아를 먹었는데, 웰치스 포도맛이 나지만 알코올도 매우 조금 들어갔다고 한다.



구공탄, 계단집, 비짜,브로맨틱,성공적.


'일상생활 >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서구청 그램그램  (0) 2015.03.17

이번에 리뷰를 남길 책은 사이먼 리치의 천국주식회사. 유럽에서 소설을 포함해 여러 책들을 읽었는데, 기억을 되새기며 리뷰를 남기기는 귀찮아서 이 책부터 다시 남겨본다.


천국주식회사는 하느님이 천국에서 회사를 운영을 하는데, 지구 역시 여러 부서를 통해 운영하는 하나의 사업이라는 설정의 책이다. 지구 대기에서 추출할 수 있는 '크세논 가스' 가 사업성이 매우 높으며, 인간들의 행위 자체는 하느님에게 큰 감동을 주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책 곳곳에서 보이는 하느님의 태도를 보면 인간들에 대해 얼마나 회의감을 느끼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흔히 우리가 상상하는 하느님의 모습은 근엄하고 인자한 모습이지만, 이 책에서는 인간들이 자신을 찬양하는 모습을 찾아보거나, 스포츠 경기를 찾아보는 등 유쾌한 - 때로는 무능해보일 정도의 - 모습으로 묘사된다. 다만 이런 유쾌함 속에 인간에 대한 회의감이 표현되어있디보니, 세상에 대한 시니컬한 작가의 생각이 드러나는 것 같다. 하지만 결국 희망을 잃지 않는 주인공들의 노력에 의해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뻔하다면 뻔한 스토리이다.

 

천국주식회사를 읽으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계속해서 받았다. 내가 느낀 비슷한 점은 아래와 같다.


- 꽤 그럴듯하면서도 황당한 설정

- 남자주인공이 좀 찌질하지만 나름대로의 철학을 가지고 있음

- 여자주인공은 매력적이고 쾌활

- 이런 남녀주인공의 러브라인이 약간 있음

- 사건에 대한 묘사


읽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에서 나오는 묘사들과 비슷한 점이 너무 많아, 혹시 옮긴이가 같은 사람인가 하고 보았는데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아무튼 가볍고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기발한 상상력에 비해 스토리나 분량이 약간은 아쉬운 책이다.




천국 주식회사

저자
사이먼 리치 지음
출판사
열린책들 | 2014-12-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신세대 유머 작가 사이먼 리치의 대담하고 발칙한 상상력 하느님이...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엑셀로 데이터 관리 등을 하면 할수록 엑셀의 강력함을 느끼게 된다. 엑셀의 가장 강력한 점은, 수많은 기능들이 있다는 점들 외에도, 상대적으로 쉬운 방법들을 조합해서 다소 어려운 기능을 구현하는 '응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물론 좀 돌아가는 방법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어쨋든 여러가지 기능을 응용하고 조합해서 하나의 새로운 기능을 구현해낼수가 있다.


각설하고, 엑셀에서 데이터들이 쭉 나열되어 있을 때, HLOOKUP 등의 함수를 사용하기 위해 각 행 사이사이에 행을 삽입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럴 때 행을 자동으로 삽입할 수 있는 방법을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1. 데이터 세팅



우선 위와 같이 데이터가 세팅되어있다고 가정하자. 물론 행 수는 이렇게 적을 수도 있고, 몇 백 라인, 몇 천 라인, 몇 만 라인이 될 수도 있다.



2. 데이터 좌/우측에 0.5 단위의 숫자 기입



다음으로 데이터의 제일 왼쪽이나 오른쪽에 0.5 단위의 숫자를 기입한다. 0.5, 1.5, ... 핸들 기능을 이용하여 데이터가 많아도 쉽게 기입할 수 있다.



3. 공백란에 1 단위의 숫자 기입



그리고 그 아래 아무 데이터가 없는 행 / 0.5 단위를 입력한 열에, 1 단위의 숫자를 기입한다. 1, 2, ... 마찬가지로 핸들 기능을 이용해 쉽게 기입 가능하다.



4. 정렬



마지막으로 [데이터-정렬] 버튼을 클릭하여, 아까 기입한 숫자 열을 기준으로 오름차순 정렬한다.



5. 완료



이렇게 간단히, 모든 행 사이마다 행 삽입하기 완료!



그리고 참고로, 매크로를 이용한 방법을 소개한 블로그가 있어 링크를 걸어둔다.


엑셀 일정간격 셀(행) 자동 삽입하기 매크로!

이번 오사카 여행에서는, 길찾기 및 각종 검색을 하느라 정신이 없어 유럽 여행에 비해 사진을 야무지게 찍지 못했다. 그래서 실제 다닌거에 비해 사진이 다양하게 남아있지 않아 아쉽...


우선 아침에 일어나 근처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씩을 마시고, 우메다의 한큐 백화점을 갔다. 한큐 백화점은 가려고 간 것은 아니고, 고베를 가기 위해 우메다에 들른 김에 가게 되었다. 애초에 쇼핑에 대해 미리 알아보지 않고 가서, 한국에 비해 어떤 브랜드나 카테고리가 더 저렴하고 좋은지 등을 잘 알지 못해 실제 쇼핑은 하지 못하고 둘러보기만 했다.


그리고 약 5개월만에 찾은 고베... 이번 여행이 일본의 다른 곳도 아닌 '오사카' 였던 이유는 순전 '고베규'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큰 기대를 가지고 갔다. 우리는 'ishida' 본점으로 갔는데, 작년 8월에는 본점이 아니라 다른 곳이었던 것 같다. 멀지 않은 지역에 2개의 체인점이 있다고 하는데, 인테리어나 서비스, 가격 등은 거의 다르지 않은 듯.


먹느라 정신없어 제대로 찍지 못했지만, 아래는 에피타이저.

그리고 위엄있는 고베규의 모습.

고베규를 맞이하기 위한 향신료와 구운 마늘.

그리고 잘 익고 있는 고베규.

내 접시 위에 올라온 기름진 고베규.

향신료와 함께 나를 유혹하는 고베규.

남은 기름기 많은 부위는 숙주나물 등 야채와 함께.

그리고 약간 느끼한 입을 달래주는 디저트까지!


고베규를 판매하는 다른 곳을 가보지 않아 비교는 어렵지만, 고베규를 먹으러 고베에 간다면 ishida에 가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물론 작년에 느꼈던 무한 감동을 올해도 느끼진 못했다. 기억이 좀 더 미화되어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것일까? 하지만 처음 먹어보는 사람이라면 내가 느꼈던 그 감동을 받으리라 확신한다.


<고베규를 먹었던 ishida>

이름 : ishida. 本店

주소 : Hyogo Prefecture, Kobe, Chuo Ward, Kitanagasadori, 1 Chome−21−2



아무튼 이렇게 고베규 체험(?)을 마치고, 고베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이라는 이수주 베이커리에 갔다. ishida와 isuzu 베이커리 모두 산노미아 역에서 멀지 않으니(걸어서 5분 이내), 배불러도 빵집도 한 번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특별히 엄청 맛있는 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빵이 기본에 충실한 느낌이다.


<이수주 베이커리>

이름 : イスズベーカリー北野坂店 

주소 : Hyogo Prefecture, Kobe, Chuo Ward, Nakayamatedori, 1 Chome−8−18



그리고 찾아간 온천... 우리가 찾아간 곳은 '잇큐 온센' 이라는 곳이다. 작년엔 아리마 온센을 갔었는데, 우리가 갔던 곳만 그랬던건진 모르겠지만 한국의 동네 후진 목욕탕보다 더 별로였어서 다른 곳을 찾은 것이다. 고베는 아니고 오사카 서쪽 사이드에 있는 곳인데, 찾아가기가 좀 힘들긴 하다. 하지만 아리마 온센에 가는 수고를 고려한다면 그렇게 힘들지도 않다.


사진은 찍지 못했는데, 전체적인 평가를 하자면 5점 만점에 3.9점 정도? 일단 남녀 따로 들어가는 곳이라 가족 모두 함께 있진 못했다. 탕이나 씻는 곳은 한국의 큰 목욕탕 정도 느낌이고, 다만 실내 탕과 노천 탕의 물이 좋았다. 몸을 담그고 나오면 몸이 매끈매끈해지는 느낌? 사우나도 있고, 가격도 저렴(대인 입장료 700엔, 수건 대여 150~250엔)하다. 다만 노천 온천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주변의 멋진 경관이 보인다거나 하는 멋진 곳은 아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아리마 온센 보다는 훨씬 나은 듯!


<잇큐 온센>

이름 : 上方温泉 一休

주소 : Osaka Prefecture, Osaka 此花区酉島5丁目9−31



고베규를 배불리 먹었지만, 온천에서 한두시간 몸을 담그고 이동도 하다보니 어느새 배가 꺼져, 저녁 식사를 하러 갔다. 저녁 식사 역시 작년에 갔던 '스시긴'. 스시긴은 구글맵에 검색했을 때 좀 부정확한 주소가 나온다. 쓰루하시 역에서 나와 시장쪽으로 좀 들어가야 하는데, 골목에 있다보니 찾기도 쉽지 않다. 그나마도 한국 식료품점 사장님께 여쭤봤더니 이상한 길을 알려주셔서 거의 30분 가량 헤맸던 것 같다.

드디어 도착한 감격의 스시긴, 일단 세 명에서 '상니기리' 를 2개 시키고, 그 외에는 계속 추가 주문을 해서 결국 거의 10만원 가량이 나왔다. 내가 스시를 평소에 엄청 즐겨먹거나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이 곳이 절대 싸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 돈을 내고 먹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글 메뉴판도 있고, 사장님과 직원들도 한국어를 꽤 잘 한다. 물론 한국 사람은 아니니 걱정마시길...

<스시긴>

주소 : 구글 맵에 '大阪府大阪市生野区鶴橋2-3-7 鶴橋卸売市場 5番通り' 를 찍고, 그 주변 블록들을 뒤지다 보면 나온다.



이렇게 한큐 백화점, 고베규, 온천, 스시로 마무리된 3일차 일정. 4일차에 대한 후기도 남기려 했으나, 딱히 한 것이 없어 생략하도록 한다. 아, 그리고 스시긴을 먹고 나서 다시 도톤보리로 가서 돈키호테 쇼핑을 하긴 했다. 돈키호테에는 정말 살 것이 많으니, 다른 포스팅들을 참고해서 괜찮은 물건 많이 득템하길 바란다.

'여행 > 2015 겨울 - 오사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사카기행] DAY 2. 교토 & 도톤보리  (0) 2015.01.29

2014년 여름에 친구들과 함께 오사카에 다녀온 경험에 비추어, 아직 한 번도 해외 여행을 해보지 못한 부모님을 모시고 오사카에 여행을 왔다. 지난 오사카 여행의 테마는 '먹방' 이었는데, 이번엔 부모님과 함께이기 때문에 관광 위주의 여행을 했다. 여행 1일차인 어제는 오사카 숙소에 도착하니 이미 저녁 8시가 되어있어 간단히 식사만 했으므로 2~4일차 여행기를 간단히 남겨볼까 한다.



오늘은 아침 일찍 일어나 교토에 다녀왔다. 아래는 교토 기온 시조 역에서 가와라바치 역 사이에 있는 하천의 모습.


원래 아침에 교토에 도착해서 장어덮밥을 먹으러 갈 예정이었으나, 아침 일찍이라 문을 열지 않아 문을 열어있는 아무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었다. 김치찌개, 규동, 카레 우동 등을 먹었는데, 김치찌개는 정말 잘못된 선택이었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 약 40~50분 정도 이동하여 금각사(킨코쿠지)를 갔다. 금각사의 입장료는 인당 400엔. 멀리서 금각사를 보면 호수에 비치는 모습이 꽤 아름다운데, 가까이서 보면 너무 인위적인 금색이라 별로 이쁘지 않다.


금칠이 되어있는 큰 건물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는 나름 산책로도 있다. 원래 처음에 사원으로 지은 것이 아니라, 별장으로 지은 것이라고 한다. 나오는 길에 한국어로 된 오늘의 운세를 자판기로(!) 100엔에 뽑아볼 수 있기에 한 번 뽑아서 봤는데, 무슨 말인지 모를 이상한 말들만 적혀있었다.


그리고 다시 버스를 타고 40~50분 정도 이동하여 은각사를 갔다. 은각사는 금각사와 자주 비교가 되는 절인데, 이름과 다르게 건물에 은칠이 되어있진 않다. 화려하진 않지만 인위적인 금각사보다 더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은각사는 금각사에 비해 산책로도 더 넓고 이쁘게 되어있다. 만약 금각사와 은각사 중 하나만 가야 한다면, 은각사를 좀 더 추천한다.



그리고 다시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 이동하여, 헤이안 신궁 근처의 '그릴 코다카라' 라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런치 메뉴, 생선까스, 오므라이스를 먹었는데 오므라이스와 생선까스는 꽤 맛있었다. 가격은 좀 비싸지만 양도 많고 맛도 괜찮은 듯. 오므라이스나 일반 쌀을 주문할 때 절대 라지로 시키지 않을 것을 권장한다.




그리고 들어간 헤이안 신궁. 외부만 슬쩍 보는 것은 무료인데, 그럼 정말 별로 볼 게 없어서 내부 정원 입장까지 했다. 정원 입장은 인당 600엔.


은각사랑 비교했을 때 훨씬 이쁘다고는 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나름 잘 되어있다. 우리는 1월에 와서 좀 애매한 시기였지만, 여기가 나름 벚꽃이 필 무렵에 아름다운 곳이라고 하고, 겨울에도 눈이 많이 오면 엄청 이쁘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오사카로 돌아와 도톤보리를 가볍게 산책하고,


돈키호테에 가서 가볍게 쇼핑을(가볍게 하려고 했으나 꽤 무겁게 해버렸다) 하고,


'치보' 에서 오코노미야끼를 저녁으로 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치보는 지난 번에도 다녀오긴 했는데, 물론 맛은 있지만 '이게 정말 오사카에서 먹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오코노미야끼일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분명 더 맛있는 집이 있을텐데... 나쁘진 않지만 환상의 맛을 기대한다면 조금 실망할 수 있다.



내일은 꿈에 그리고 그리던 고베규 리턴즈! 작년에 느꼈던 감동을 내일도 느낄 수 있길 바라며 하루를 마친다.


유럽여행 29일차, 대망의 EPL 직관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 조식을 먹고, 차례차례 씻고 빨래도 하고 집을 나섰다. 버밍엄은 제 2의 도시라고 하는데, 우리 숙소 근처는 버밍엄에서도 약간 외곽이라 조용하고 아기자기하고 예쁜 동네였다.

우선 기차역으로 가서 다음 날 이용할 런던행 기차 티켓을 발급받았다.


그리고 근처에 있던 쇼핑 센터로 갔다. 쇼핑 센터는 한국의 타임스퀘어 느낌 정도인데, 저렴한 스포츠 브랜드가 많아서 선수 유니폼 등을 둘러보고 나왔다.


그리고 쇼핑센터 푸드코트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면 요리를 먹었다. 가격은 대략 10유로 선인데, 맛은 똥망... 차라리 핫도그를 먹었어야 했는데...


그래도 꾸역꾸역 점심을 먹고 물과 음료, 과자 등을 간단히 사서 아스톤 빌라 홈구장인 빌라 파크로 이동했다. 예전에는 FC바르셀로나 팬이었다가 요새는 딱히 특정 팀을 좋아하진 않는데, 아스톤 빌라 홈 구장에 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연습하는 선수들을 보기 위해 일찍 경기장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햇빛이 정면인데다가, 벤치 좌석은 반대편이라 약간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될 때는 해가 져서 무난하게 경기를 관람할 수 있었다. 우리가 앉은 곳은 아스톤빌라 팬 좌석인데, 한 10미터 옆에 리버풀(어웨이) 팬들의 좌석이 있었다.

리버풀 팬들의 응원은 정말 대단했다. 분명 빌라 파크인데, 안필드(리버풀 홈구장)에서 보는 줄 알았다.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롯데 기아 LG 등 팬이 극성맞다고 하는데, 리버풀 팬에 비하면 양반이다.

아스톤빌라 팬들은 가만히 경기만 보다가 뭔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욕만 해댔다. 그래도 그들의 반응을 보는 것이 은근 꿀잼. 우리는 리버풀을 응원했는데, 골을 넣어도 움찔움찔만 하고 제대로 응원하지 못해(만약 리버풀 응원 대놓고 했다면 정말 위험했을 것 같은 분위기) 약간 답답했다. 특히 두 번째 골은 운 좋게도 영상으로 담을 수 있었다.



EPL 경기를 직관한 소감을 말해보자면, 아스톤빌라와 리버풀 모두 중~중상위권(...) 팀이라 그런지 그렇게 다이나믹 하진 않았다. TV에서 보면 카메라 앵글도 다양하고 좀 더 줌을 확대해서 보여주지만, 경기장에서 보면 약간 정적이라 더 그런 감도 있다. 하지만 응원하는 사람들을 보는 재미가 있고, 월드 클래스 선수가 만약 있다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이 경기에도 제라드가 안 나와서 아쉽...). 나중에 꼭 EPL이나 챔스 경기(최상위권 팀의)를 보러 다시 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이만


유럽여행 28일차,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영국 버밍엄으로 이동한 날. 어제에 이어 오늘도 별로 한 게 없는 날이다.

아침에 일어나 씻고 짐을 싸고 조식을 먹고, 공항으로 이동했다. 참, 더블린의 아브라함 하우스는 전반적으로 괜찮으나 방 안에서 와이파이가 거의 터지지 않아 매우 답답하다.

공항에서 체크인을 하고 나서 시간이 여유 있어 책도 읽고 가족들과 보이스톡도 하고 시간을 보냈다. 이번에는 에어링구스라는 항공사를 이용했는데, 짐 무게가 약간 초과됐음에도 추가요금도 받지 않고, 서비스도 그럭저럭 괜찮았다. 어제의 라이언에어와 매우 대비가 되어서 그런지 만족스러운 비행이었다.

더블린 공항에서 출발해 1시간? 정도만에 도착한 버밍엄. 민박집 사장님께서 보내주신 친절한 길 설명 안내 메일을 따라 966번 버스를 타고 민박집에 잘 도착했다. 참고로, 버스에서 잔돈을 주지 않으니 미리 버스 티켓 요금 잔돈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3인 그룹 day 이용권은 8파운드, 1인 편도 2.2파운드였다.

지금은 숙소에서 라면을 먹고 침대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민박집 사장님께서 30대 초반 정도로 보일 정도로 젊으신 분인데, 집이 정말 아기자기하고 좋다. 인테리어도 깨알같이 이쁘게 되어있고, 시설도 좋고, 사장님도 친절하시고! 루시네 민박집인데, 버밍엄에 오게 된다면 강추!

내일은 아스톤빌라 홈구장에서 아스톤빌라 vs 리버풀 경기를 본다. 사실 유럽여행의 시작을 마드리드에서 한 것도 축구 경기를 보기 위함이었는데, 여차저차 해서 결국 여행의 끄트머리에서야 축구 경기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체력적으로는 조금 지쳤지만 오늘 푹 쉬고 내일 멋진 하루를 보내야겠다.


유럽여행 27일차, 벨기에 브뤼셀에서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이동한 날이었다.

우선 씻고 아침을 먹고 공항으로 이동을 했다. 민박집에서 공항까지 대략 1시간 가까이 걸려 도착했다.

지난 번 우리에게 온라인 체크인을 안 했다는 이유로 70유로씩 벌금을 먹였던 Ryan Air... 이번에는 온라인 체크인을 하고 갔다. 그러나 이번에는 짐 무게가 초과되었다는 이유로 50유로의 추가 요금을 지불했다. 와인, 맥주 등을 사서 한 짐에 몰아 담느라 어쩔 수가 없었어서 추가 요금을 내긴 했는데, 15키로짜리 짐 추가 요금보다도 훨씬 비싼 금액이었다.

라이언에어는 홈페이지에서도 잔뜩 호텔이나 자동차 렌트 등 광고만 덕지덕지 붙어있고, 아무리 저가항공이라곤 하지만 서비스도 엉망이고 고객에게 어떻게 하면 돈을 뜯어먹을까 하는 생각만 하는 기업으로 비추어졌다. 내 다시는 라이언 에어를 이용하지 않으리... 유럽에서 저가항공을 이용할 사람이라면 정말 완벽하게 대비(온라인 체크인, 기내수하물 규정, 운반수하물 무게 등)하든지, 라이언에어를 피하든지 하는 것을 추천한다.

비행기 내부는 매우 좁고 승무원들도 불친절하고, 비행기는 마구마구 흔들리고 착륙 시에도 급착륙해서 사람들 다 불편해하고.. 아무튼 이렇게 아일랜드 더블린에 도착했다. 입국 수속을 하는데,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더라. 왜 왔는지, 무슨 목적인지, 이전 도시나 이후 도시는 무엇인지, 오늘 계획은 무엇인지 등등.. 최근 유럽 테러 위기 때문에 더 까다로운 면도 있던 것 같다.

더블린 공항에서 시내로 이동을 위해 에어링크 버스 티켓을 왕복 10유로짜리를 구매했다. 우리가 간 날만 그런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일랜드는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 버스도 휘청거릴 정도였다. 기온 자체는 많이 낮지 않지만 바람 때문에 더 춥게 느껴지니 따뜻하게 입어야 할 곳!

숙소(Abraham House)에 짐을 맡기고 M&L 차이니즈 레스토랑이라는 곳으로 이동했다. 메뉴 3개를 주문해서 먹었는데 대략 30~40유로 정도가 나왔고, 맛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그런데 밥을 먹고 나니 비가 와서 비를 맞으며 숙소로 복귀...

사실 아일랜드로 오게 된 것은 단순히 영국으로 가는 여정에서, 비행기 값이 싸다는 이유 외에는 없었다. 그래서 딱히 관광을 하진 않았고, temple bar라는 곳에 가서 맥주와 아이리쉬 커피를 먹고, 라이브 공연을 구경하며 저녁 시간을 보냈다.

제대로 된 시내 구경도 하지 않은, 정말 짧은 1박이었지만, 아일랜드는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는 이상은 여행으로 가기에는 별로 좋은 국가는 아닌 것 같다. 유명한 절벽을 본다면 또 모르겠지만, 더블린은 정말 할 것이 별로 없는 도시...


유럽여행 26일차, 브뤼셀에서 근교 도시인 브뤼헤에 다녀왔다. 브뤼셀에서 3박을 했는데, 막상 브뤼셀 관광은 하루도 하지 못했다는 것이 함정...

아무튼, 민박집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나니 밖에 비가 오고 있어, 날이 좀 갤 때까지 기다렸다가 느지막히 출발했다. 기차를 타고 대략 1시간 15분 정도 걸려 도착한 브뤼헤. 기차에 내릴 때 날이 많이 개어있어 하늘이 꽤 화창해서 그런지, 도시가 굉장히 아름다워 보였다.


시내 쪽으로 걸어가니 약 20분 정도 걸렸는데, 벌써 점심 때가 되어 식당을 찾았나섰다. 그런데 미리 찾아두고 나온 식당들이 모두 닫았고, 트립어드바이저 스티커가 붙은 곳들 역시 대부분 문을 닫아 어쩔 수 없이 피자헛에서 점심을 먹었다.


식사를 하고 나서 오는 길에 봤던 자전거 렌탈샵으로 이동해, 자전거를 빌려 탔다.


자전거를 타기에는 조금 추운 날씨이긴 했지만, 거리가 아름다워 돌아다니는 맛이 났다. 열심히 자전거를 타고 있는 J군과 K군.


골목골목 시내와 강들이 있고, 하늘도 맑아 사진 찍기에도 정말 좋았다.


자전거는 1시간에 4유로 렌트비가 있는데, 브뤼헤에 가면 자전거를 타볼만 하다. 다만 도로가 울퉁불퉁한 곳이 많아 약간의 고통이 따를수도...

자전거를 다 타고 나서, 맥주샵과 초콜릿샵에 가서 가볍게 기념품을 샀다. 맥주는 같은 맥주를 한국에서 사는 것에 비해 훨씬 쌌고, 초콜릿은 250g에 10유로 정도로 약간 비싸긴 했지만 초콜릿 하면 벨기에니 이 정도는 감수해야지...


그리고 역으로 돌아가는 길에 와플을 하나 사서 먹었는데, 와플 자체에 설탕이 장착되어 있어 굳이 위에 토핑을 뿌리지 않아도 충분히 달고 맛있다. 와플은 따뜻하게 먹을 수 있으면 그게 훨씬 더 나으니 바로바로 해주는 집을 잘 찾아보길.


그리고 브뤼헤는 특이하게도 백조(로 추정되는 생물. 거위인 것 같기도 하다.)가 굉장히 많이 보였다. 거의 비둘기 수준으로 보이는데 그 광경도 참 이색적이었다.



이렇게 먹거리와 맥주로만 가득했던 벨기에 여행을 모두 마쳤다. 다른 지역에 비해 엄청난 관광지를 간 것도 아니고, 알차게 시간을 보내지도 못했지만 충분히 여유있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제 내일은 비행기를 타고 아일랜드로 이동하는 날. 아침 일찍부터 짐을 챙겨 나가야하는데, 별 일 없이 무사히 이동할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