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업무를 하다보니 자연스레 '카피라이팅'을 한다. 흔히 카피라이팅이라 하면 생각하는 광고의 카피, 짧은 소개글, 긴 설명글 등 다양한 글을 작성한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글쓰기와 인연이 없었는데, 가장 많은 글을 쓰게된 것이 2010년 어떤 스타트업의 블로그 담당자로 근무했을 때이다. 그 이후 마케팅/기획 등 업무를 하며 '글쓰기'를 계속 하게 되었다. 이런 환경 속에서 더 좋은 글을 쓰고 카피를 만들고 싶은 욕심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이라는 책을 읽어보았다.


이 책에 대한 평점을 내려보자면 5점 만점에 '4.5점'이다. 물론 이 책을 읽는다고 글쓰기 실력이 바로 향상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글을 좀 더 신경쓰며 쓰도록, 이를 위한 추가적인 노력을 하도록 하는 것이 이 책을 읽고 나서 가장 큰 남는 점이다. 



이 책의 목차는 아래와 같다.

 1. 논증의 미학

2. 글쓰기의 철칙

3. 책읽기와 글쓰기

4. 전략적 독서

5. 못난 글을 피하는 법

6. 아날로그 방식 글쓰기

7. 글쓰기는 축복이다

8. 시험 글쓰기




리디북스 페이퍼로 책을 읽으며 몇몇 부분에 하이라이트 표시를 했는데, 직관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어 굳이 코멘트를 남기는 것은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아 그냥 인용만 몇 부분 남겨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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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든 글이든 원리는 같다. 언어로 감정을 건드리거나 이성을 자극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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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취향 고백과 주장을 구별한다. 둘째, 주장은 반드시 논증한다. 셋째,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집중한다. 이 세 가지 규칙을 잘 따르기만 해도 어느 정도 수준 높은 글을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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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많이 읽어야 잘 쓸 수 있다. 책을 많이 읽어도 글을 잘 쓰지 못할 수는 있다. 그러나 많이 읽지 않고도 잘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

둘째, 많이 쓸수록 더 잘 쓰게 된다. 축구나 수영이 그런 것처럼 글도 근육이 있어야 쓴다. 글쓰기 근육을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쓰는 것이다. 여기에 예외는 없다. 그래서 ‘철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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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쉽게 읽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이어야 한다. 그리고 논리적으로 반박하거나 동의할 근거가 있는 글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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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주제가 분명해야 한다.

둘째, 그 주제를 다루는 데 꼭 필요한 사실과 중요한 정보를 담아야 한다.

셋째, 그 사실과 정보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분명하게 나타내야 한다.

넷째, 주제와 정보와 논리를 적절한 어휘와 문장으로 표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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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공감을 얻고 마음을 움직이는 글이 잘 쓴 글이다.

(...)

많은 지식과 멋진 어휘, 화려한 문장을 자랑한다고 해서 훌륭한 글이 되는 게 아니다. 독자가 편하게 읽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는 것이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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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잘못 쓴 글을 알아볼 수 있을까? 쉽고 간단한 방법이 있다. 텍스트를 소리 내어 읽어보는 것이다. 만약 입으로 소리내어 읽기 어렵다면, 귀로 듣기에 좋지 않다면, 뜻을 파악하기 어렵다면 잘못 쓴 글이다. 못나고 흉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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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많이 읽으면 못난 글과 나쁜 문장에 대한 면역력이 저절로 생긴다. 하지만 ‘백신’ 예방접종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효과가 좋은 백신이 이미 수십 년 전 서점에 나왔다. 앞에서 말한 이오덕 선생의 책 <우리글 바로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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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잘 쓰려면 한자말을 오남용하지 말아야 한다. 한자를 병용하지 않으면 뜻을 알기 어려운 단어는 되도록 쓰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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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의’ ‘에로의’ ‘에서의’ ‘으로부터의’ ‘에 있어서의’와 같이 ‘의’를 겹쳐 쓴 토씨도 모두 우리말법에 어긋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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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동형 문장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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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말의 완료시제와 복수형 어미 오남용도 심각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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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단문이 좋다. 문학 작품도 그렇지만 논리 글도 마찬가지다. 단문은 그냥 짧은 문장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길어도 주어와 술어가 하나씩만 있으면 단문이다. 문장 하나에 뜻을 하나만 담으면 저절로 단문이 된다. (...) 계속해서 복문을 쓰면 읽는 사람이 힘들다. 복문은 꼭 필요할 때만 써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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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뜻이 두루뭉수리 불분명해서 아무 곳에서 넣어도 되는 단어는 쓰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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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보다는 짧은 글쓰기가 어렵다. 짧은 글을 쓰려면 정보와 논리를 압축하는 법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압축 기술은 두 가지다.

첫째, 문장을 되도록 짧고 간단하게 쓴다.

둘째, 군더더기를 없앤다.




'글쓰기'에 대한 부분만으로 4.5점 만큼의 만족을 한 것은 아니다. 만족도의 상당 부분은 '유시민'이라는 작가에 있다. 이토록 글을 쉽게 쓰면서도 짜임새 있게 빈틈없이 쓰는 사람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내가 가장 추구하는 글쓰기의 끝판왕을 본 느낌이다. 부끄럽게도 유시민 작가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앞으로 종종 읽어야겟다.





** 문학과 영상이라는 교양 수업의 과제로 작성한 리뷰로, 애니 프루의 브로크백 마운틴(소설)과 이안 감독의 브로크백 마운틴(영화) 감상 후 작성한 리뷰이다.


동성애에 대한 작품은 이번 수업을 통해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 꽤 흥행했던 영화인 <쌍화점>도 보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동성애’라는 주제를 다루다보니 그렇게 마음으로 끌리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이번 기회로 「브로크백마운틴」과 <브로크백마운틴>이라는 작품을 보면서 동성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브로크백마운틴」과 <브로큰백마운틴>은 우선 서사 전개 방식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브로크백마운틴」은 결론을 먼저 보여준 후 과거로부터의 사건을 보여주는데 반해,  <브로크백마우틴>은 과거로부터 시간의 흐름대로 전개해나간다. 사실 작품의 소재 자체에서도 결말을 짐작할 수 있고, 특별한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다보니, 소설보단 영화에서 좀 더 스토리에 대한 이입이 잘 되었다.


그리고 「브로크백마운틴」의 배경은 굉장히 삭막하고 척박한데 비해, <브로크백마운틴>의 배경은 매우 아름답게 나와 두 사람의 사랑을 더욱 서정적으로 보여주는 효과가 있다. 남자들 간의 사랑이 비주얼적으로 드러나는 장면들이 받아들이기 힘들 수도 있었는데, 이런 아름다운 배경과 자연스러운 흐름이 충격완화제(?) 역할을 하여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또한 「브로크백마운틴」은 잭과 에니스의 내면 묘사가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 많다. <브로크백마운틴>은 원작의 대사가 거의 그대로 다 나오긴 하지만, 내면묘사의 경우 표정과 행동으로 보여준다. 특히 에니스(히스 레저)의 연기가 워낙 몰입도 있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주인공들의 감정을 충분히 전달받을 수 있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딸의 결혼 얘기를 듣고 “커트라는 친구, 널 사랑하니?” 라고 하는 대사가 주인공의 힘들었던 사랑이 단적으로 표현되는 것 같아 인상 깊었다.. 


브로크백마운틴이라는 작품에서는 전반적으로 사회에서 바라보는 동성애에 대한 편견, 혐오감, 조롱 등이 드러난다. 그러나 이것이 ‘동성애’ 자체에 엄청난 특별한 의미가 부여됐다기 보다는, 흔한 ‘이루어지기 힘든 사랑’의 과정을 묘사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다만 소재가 동성애였다는 것일 뿐이다. 사랑의 다른 장벽에 대해서는 대부분 해소된 상태이지만, 동성애의 경우 아직도 사회적인 편견이나 장벽들이 많이 남아있어 이러한 소재가 더욱 의미를 갖는 작품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위에서 말한 소설과 영화의 차이에 의해, 이 소재에 대해 받아들이는 정도가 달랐다. 소설에서는 상대적으로 주인공들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제시해, 작가가 ‘자 이런 사람들이 있어.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이에 비해 영화의 경우 배우들의 내면 묘사를 통해, 그리고 추가된 여러 상황들과 자연스러운 전개에 의해, 퀴어들의 현 상황과 그들의 심정을 좀 더 동일시를 통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단순히 퀴어라는 타인을 바라보기만 하는 것 보다는, 동성애란 대체 무엇인가, 나도 퀴어가 언제든 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퀴어를 왜 그런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인가에 대해 더 깊이있는 고민을 하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브로크백 마운틴

저자
애니 프루 지음
출판사
MEDIA2.0 | 2011-02-2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A-40320 양장본 | 366쪽책소개 퓰리처상 수상작가 애니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브로크백 마운틴 (2006)

Brokeback Mountain 
8.8
감독
이안
출연
히스 레저, 제이크 질렌할, 미셸 윌리엄스, 앤 해서웨이, 랜디 퀘이드
정보
드라마 | 미국, 캐나다 | 134 분 | 2006-03-01
글쓴이 평점  




** 문학과 영상이라는 교양 수업의 과제로 작성한 리뷰로, 이청준 작가의 소설 남도사람 1,2와, 임권택 감독의 영화 천년학에 대한 비교 리뷰이다.



  「남도사람」과 <천년학>에서는 서로 남남이지만 가족처럼 자란 남자 고수와 여자 소리꾼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러나「남도사람」에서는 예술가들의 한에 집중하는 반면 <천년학>에서는 이 둘의 사랑과 그리움, 만남과 이별에 대해 집중하여 많은 부분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점에 집중하여 몇 가지 설정의 차이를 보면 아래와 같다.


  첫째로 송화와 동호의 사랑에 대해 보여주기 위해 <천년학>에서는 많은 새로운 설정이나 장면들이 나온다. 영화의 주된 화자 중 하나인 용택이라는 인물이 대표적인 설정으로, 어릴 적 싸웠던 에피소드를 시작으로 용택은 네러티브에 직접적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또한 동호의 부인인 홍단심도 용택과 대비적이지만 비슷한 역할을 한다. 두 인물 모두 남여 주인공의 표면적인 사랑, 하지만 진정한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관계를 보여줌으로써 동호와 송화의 관계를 더욱 애틋하게 한다.


  둘째로 둘의 아버지를 바라보는 시각 역시「남도사람」과 <천년학>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남도사람」에서 아버지는 동호에게 살의를 일으키는, 일종의 증오의 대상이다. 그러나 <천년학>에서는 “오랫동안 혼자 산 홀애비가 품을 만한 욕심”이라고 언급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아버지를 질투의 대상 중 하나로 보기도 한다. 


  셋째로「남도사람」과 <천년학> 모두 현재의 입장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네러티브를 풀어나가지만, 「남도사람」에 비해 <천년학>은 더 많은 시간대를 다룬다. 「남도사람」에서는 단순히 과거와 현재를 분리함으로써 ‘한’의 배경이나 인과관계 등에 집중했다면, <천년학>에서는 여러 번에 걸친 두 주인공의 만남, 그리고 이별을 보여줌으로써 둘의 애틋함을 더한다.


  ‘한국적인 것’을 표현한다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에도 두 작품은 차이를 보인다. 한국인의 정서 중 ‘한’이라는 것에 대해 다루는 것은 유사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남도사람」은 ‘소리꾼들의 한’에 대해 다루고 <천년학>은 ‘남녀의 사랑과 한’에 대해 다룬다. 


  또한 매체적 특성에 의해 ‘한국적인 것’의 표현 방식에도 차이가 도드라진다. 「남도사람」은 사실 한국적인 정서를 배경에 깔아놓지 않으면 잘 이해가 되지 않을만큼 ‘한’에 대해 명쾌한 설명 없이 화두만을 던져준다. <천년학> 역시 두 사람의 사랑이 왜 이루어지지 못하나에 대해 한국적인 정서 배경이 없다면 완벽히 공감하긴 힘들지만, 아무래도 외국인 입장에서도 익숙할 수 밖에 없는 ‘사랑’이라는 친근한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그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까지는 일으킬 수 있다. 


  마지막으로 <천년학>에서는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 한옥 등 전통적인 집의 모습, 한복이나 삼배옷을 입은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영화 전반에 걸쳐 들려주는 판소리가 한국적인 느낌을 강하게 만들어준다. 판소리에 대한 소리꾼들의 장인정신은 두 작품 모두에서 보여주지만, <천년학>에서는 이를 청각적으로 직접 느낄 수 있어 판소리 자체를 페티쉬화 하는 느낌이 강하다.


  이렇듯 <천년학>은「남도사람」을 각색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보여주고자 하는 바가 전혀 다르고 매체적 특성에 의해서도 다양한 차이를 만들어낸다. 그렇기 때문에 두 작품의 우열을 나누긴 어렵겠지만, ‘한국적인 것’을 더욱 와닿게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천년학>이 더 인상적인 작품이라 생각한다.




남도사람(연작소설 1)

저자
이청준 지음
출판사
문학과비평사 | 1988-03-0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천년학 (2007)

Beyond the Years 
8
감독
임권택
출연
조재현, 오정해, 임진택, 장민호, 류승룡
정보
로맨스/멜로, 드라마 | 한국 | 106 분 | 2007-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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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반적인 상식을 토대로 얘기하는 ‘청년’과, 아들러의 심리학을 토대로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 얘기하는 ‘철학자’의 얘기가 대화 형태로 풀어지는 구조로 되어있다. 솔직히 아들러의 심리학 내용 자체만 놓고 보면 너무 뻔하고 이상적인데, 이를 일반인 입장에서의 의문, 그리고 이에 대한 설득의 측면에서 풀어나갔기 때문에 설득력을 갖춘다. 중간중간 동의하기 힘든 내용도 있었지만, 전체적인 그림을 놓고 보았을 때 꽤 공감도 가고, 흔히 말하는 ‘유리멘탈’의 소유자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 같은 책이다. 물론 나는 꽤 강철멘탈(?)이기 때문에 그냥 공감 정도만 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책의 주요 내용과, 공감갔던 구절들을 하나씩 적어보도록 하겠다.




아들러의 심리학에서는 과거의 ‘원인’이 아니라 현재의 ‘목적’을 본다네... 아들러는 트라우마 이론을 부정하면서 이렇게 말했네. “어떠한 경험도 그 자체는 성공의 원인도 실패의 원인도 아니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서 받은 충격 - 즉 트라우마 - 으로 고통받는 것이 아니라, 경험 안에서 목적에 맞는 수단을 찾아낸다. 경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경험에 부여한 의미에 따라 자신을 결정하는 것이다” 라고.

...

“중요한 것은 무엇이 주어졌느냐가 아니라 주어진 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이다.” ... 그리스어로 선을 뜻하는 ‘아가톤(agathon)’이란 단어에는 도덕적 의미 외에도 ‘득이 된다’라는 의미도 있네. 반면 ‘악’을 뜻하는 ‘카콘(kakon)’이란 단어에는 ‘득이 되지 않는다’라는 의미가 있고. 이 세계에는 부정이나 범죄 등 각종 악행이 만연해 있지. 하지만 순수한 의미에서 ‘악’, 즉 ‘득이 되지 않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네.


프로이트, 융의 심리학과 가장 다른 부분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백프로 공감하진 못하겠다. 물론 개인의 경험, 환경을 극복하고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은 공감하지만, 이 내용에 따르면 마치 모든 책임은 자기 자신만의 것이라는 것이다. 트라우마를 극복해내고 나아가자는 희망적인 내용까지는 정말 공감하고 스스로도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단순히 모든 것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기엔 세상에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일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그런 성격이나 기질을 ‘생활양식(life style)’이라는 말로 설명하네. ... 생활양식이 선천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고 한다면 다시 선택하는 것도 가능할 테지. ... 생활양식을 바꾸려고 할 떄, 우리는 큰 ‘용기’가 있어야 하네. 변함으로써 생기는 ‘불안’을 선택할 것이냐, 변하지 않아서 따르는 ‘불만’을 선택할 것이냐.


인간은 끊임없이 변하지 않겠다고 결심한다는 내용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공감한다. 뭔가에 불만을 느꼈을 때 스스로가 바뀌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지만, 수많은 합리화를 통해 바뀌지 않는 결론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변함으로써 생기는 불안을 선택할 것이냐, 변하지 않아서 따르는 불만을 선택할 것이냐’라는 문장을 봤을 때는 엄청 뜨끔했다.



아들러는 열등감을 ‘민더베르티히카이트게퓔(Min-der-wertigkeitsgefuhl)’이라고 했네. 독일어로 ‘가치’가 ‘더 적은’ ‘느낌’이라는 뜻이지. 즉 열등감이란 자신에 대한 가치판단과 관련된 말이지. ... 우리를 괴롭히는 열등감은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주관적 해석’...

정말로 자신 있는 사람은 자랑하지 않아. 열등감이 심하니까 자랑하는 걸세. 자신이 우월하다는 것을 일부러 과시하려고 하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주위에 누구 한 사람 ‘이런 나’를 인정해주지 않을까 겁이 나거든. 이는 완벽한 우월 콤플렉스라네.

자신의 불행을 ‘특별’하기 위한 무기로 휘두르는 한 그 사람은 영원히 불행을 필요로 할 수 밖에 없네. ... ‘우월성 추구’란 자신의 한 발 앞으로 내딛으려는 의지를 말하는 거지, 남보다 더 높은 곳으로 가려고 경쟁하려는 의사가 아닐세. ... 건전한 열등감이란 타인과 비교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이상적인 나’와 비교해서 생기는 것이라네.


이 내용도 상당 부분 공감한다. 우월감이나 자만심은 결국 열등감의 발현이고, 열등감은 자존감이 낮아서라고 생각한다. 자존감이 낮다는 것은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왜곡해서 받아들이는 상태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모습을 지나치게 이상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어찌 보면 자존감이 낮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이것은 누구의 과제인가’를 생각하게. 그리고 과제를 분리하게. 어디까지가 내 과제이고, 어디서부터가 타인의 과제인가. 냉정하기 선을 긋는 걸세. 그리고 누구도 내 과제에 개입시키지 말고, 나도 타인의 과제에 개입하지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구체적이고도 대인관계의 고민을 단숨에 해결할 수 있는 아들러 심리학만의 획기적인 점이라고 할 수 있지.

...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고 다른 사람의 안색을 살피면서 사는 인생, 다른 사람이 소망을 이룰 수 있게 거들면서 사는 인생. 자네 말대로 이정표가 될지도 몰라. 하지만 너무 부자유스러운 삶 아닌가? 그러면 왜 그런 부자유스러운 삶을 택하는 것일까? 자네는 자꾸 인정욕구라고 하는데, 정확하게는 누구에게도 미움을 받고 싶지 않아서 그러는 걸세. ...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지 않는다는 건 부자유수러운 동시에 불가능한 일일세. 자유를 행사하려면 대가가 뒤따르네. 자유를 얻으려면 타인에게 미움을 살 수밖에 없어.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과제만을 처리하는 것이 옳다는 것은 대부분 마음 속으로 알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를 그대로 수행하는 것은 너무 이상적인 지표가 아닌가 생각한다. 다만 내 모든 인생에서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인생은 힘들지만 자신의 꿈이나 직업, 취미 등을 선택하는 것은 오로지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해야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다른 사람을 믿을 때 조건을 일절 달지 않는 걸세. 비록 신용할 수 있을 만큼의 객관적 근거가 없더라도 믿는다, 담보가 있든 말든 개의치 않고 무조건 믿는다. 그것이 신뢰라네.


배신할지 말지는 내가 결정하는 문제가 아니므로, 나는 일단 신뢰를 하고 보라는 내용이다. 이 역시 완전히 동의하긴 힘들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나의 과제와 자신의 과제를 정말 완벽히 분리하기란, 특히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는, 매우 힘들어 보인다. 과제를 분리해야하고, 이에 따라 주변 사람을 신뢰해야한다는 논리 자체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원래 공부든 운동이든 어느 정도 결과를 내려면 일정한 노력이 필요하네. 그런데 “특별히 못되게 굴어야지”하고 결심한 아이, 즉 문제 행동을 하는 아이는 그러한 건전한 노력은 외면한 채 주목만 받으려고 하지.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그를 일컬어 ‘안이한 우월성 추구’라고 하네.


위에서 말한 목적론과 관련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의 경험/환경을 완전히 부정할 순 없지만, 어떤 원인에 대해 왜곡된 결론을 내리고 행동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한계치까지 노력을 하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결과를 내기 위한 것은 말 그대로 ‘안이한 우월성 추구’이다.



왜 ‘특별’해지려고 하는 걸까? 그건 ‘평범한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지. 그러니까 ‘특별히 잘하는’상태가 실패로 돌아가면 극단적으로, 특별히 못되게 구는 상태로 빠르게 넘어가는 걸세. 그런데 보통인 것, 평범한 것은 정말로 좋지 않은 걸까? 어딘가 열등하다는 뜻인가? 실은 누구나 평범하지 않나? 그 점을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네.

 

내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었다. 자신만의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은 여기저기서 많이 들어왔던 것이지만, ‘평범한 자신을 받아들여라’라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내가 여러가지로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어하는 것 중 상당수는 특별해지기 위해서가 아닐까? 진정 나를 위한, 내 꿈을 위한 노력들과, 단순히 ‘특별해지기 위한’ 노력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자네가 말하는 목적지에 도달하려는 인생은 ‘키네시스적 인생’이라고 할 수 있네. 그에 반해 내가 말하는 춤을 추는 인생은 ‘에네르게이아적 인생’이라고 할 수 있을 걸세.

* 키네시스란 아리스토렐레스의 ‘목적론적 운동’을 말한다. 어떠한 가능성이 있는 사물이 목적을 완전히 실현한 상태로 나아가는 과정으로, 정해진 목적을 향해 가는 운동이다.

* 에네르게이아란 현실태라고 하여 키네시스 중 목적의 완성보다는 실현해가는 활동에 초점을 마춘다. 다시 말해 실현이 되어가고 있는 상태, 과정의 상태에 있음을 뜻한다. 실행되고 있는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그 자체로 완전한 가치를 가진다.


결론에 가까운 내용인데, 너무 진부하긴 하지만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인생은 어떤 결론이 있고 어떤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집합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 집합을 즐기는 것과, ‘합리화’를 통해 즐기는 것을 구분하기가 매우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미움받을 용기’ 내용 자체를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 아들러의 목적론에 의하면, 문제는 과거도 환경도 아닌 너 자신에게 있다.

- 인생은 타인과의 경쟁이 아니다. 

- 나의 과제와 타인의 과제를 분리하라.

- 주체적인 삶과 현재 살고 있는 순간이 중요하다.


아들러의 심리학은 어떤 종교를 설명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상당히 단호한 학문같다. 논리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그것을 실행하는 인간의 나약함을 생각하면 모든 것을 실천하긴 어려워 보인다. 다만 이런 이론의 실천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은 맞는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정말 이런 것들을 잘 지키며 살고 있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로 삼는 것 자체만으로도 책을 읽을 가치가 충분히 있는 것 같다.




미움받을 용기

저자
기시미 이치로 지음
출판사
인플루엔셜 | 2014-11-17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당신의 가치관을 뒤흔들 ‘새로운 고전’의 탄생!★ 2014 아마...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 문학과 영상이라는 교양 수업의 과제로 작성한 리뷰로, 소설 더 리더와 영화 더 리더의 비교 감상문이다.



  3년 전인가, <더리더>의 초반부 20분 정도를 보다가 끝까지 보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더리더> 초반부에는 꽤 파격적인 정사 장면이 나오는데, 그 부분만 보고는 단순히 격정 로맨스 영화인 줄 알았던 것이다. 영화 포스터의 이미지나 각종 포탈 사이트에 소개된 줄거리를 보았던 것이 이런 오해를 야기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영화 <더리더>와 소설 『더리더』를 보고, 왜 이런 작품을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나 싶었다.


  ‘더리더’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독일의 전후 세대 갈등과 이에 대한 해결의 과정을 특정 인물들을 통해 표현하는 작품’이다. 실제로 <더리더>와 『더리더』 모두 15세 소년 마이클과 30대 중반의 여성 한나의 사랑을 시작으로 해서, 한나의 영향을 받은 마이클의 인생, 한나의 재판, 재판 후 마이클과 한나의 관계 그리고 한나의 자살이 서사의 뼈대를 이룬다.  그러나 그 속에 담겨진 의미는 전혀 다른 것이라 할 수 있다. <더리더>와『더리더』에서 각각 표현하는 방식이나 세부적인 설정 등은 조금씩 다른 면이 있지만, 이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숨겨진 의도는 거의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


  소설과 영화를 보며 공통적으로 느낀 주요 부분들을 언급해본다. 우선 마이클과 한나의 사랑은 이 작품의 서사를 이루고자 하는 장치일 뿐, 위에서 언급한 ‘전후 세대 갈등과 해결 과정’에 있어서는 중요한 요소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어린 마이클이 바라보는 한나의 모습은, 전쟁 당시 ‘가해자’ 를 단순히 악으로 간주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든다. 도입부에서 마이클을 도와주는 모습이나 재판 과정에서 드러나는 한나의 선행(?) 그리고 순진함들은 가해자가 정말 순수 악은 아닐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리고 소설/영화의 마이클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독자/관객의 입장에서, 가해자가 내가 한 때 사랑했고 나에게 큰 영향을 준 사람이라는 사실은 객관적인 판단을 더욱 흐리게 한다.


  재판 과정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한나가 ‘재판관님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라고 묻는 장면이다. 그 질문은 한나가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하는 것이라기보단 진짜 몰라서,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겠어서 하는 질문으로 보인다. 심지어는 당시에는 그런 생각을 깊이 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죄를 저지른 후 ‘몰라서 그랬어요’ 라고 하는 것을 합리화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당연히 잘못된 것이지만, 한나가 지금까지 보여줬던 모습들이 이에 대한 판단을 단호하지 못하게 한다. 글을 읽지 못하는 문맹이며, 이를 극복하려 노력하기보단 숨기기에 급급하고, 이의 영향인지 다소 합리적이지 못한 사고를 하는 한나의 모습들이 바로 그것이다.


  재판 이후 마이클이 한나를 찾아갔을 때 한나의 말, ‘내 느낌은 중요하지 않아. 내 생각이 어떤지도 중요하지 않아.’도 꽤나 인상적이다. 이는 지금까지 마이클의 시각에서, 즉 좀 더 가해자의 입장에 치우친 시각에서 가해자의 죄를 단호히 판단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반론이라고 생각된다.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가해자가 무지하건 말건 결국 피해자가 받은 피해와 충격에 대해서 가해자가 죗값을 치뤄야 한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인 것이다. 지금까지 ‘문맹’을 통해 가해자의 무지를 강조했다면, 이 말은 글을 배운 한나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지를 벗어난’ 상태의 가해자의 생각이다. 한편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당시에는 무지로 인해 죄를 저지른 가해자도, 무지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판단하고 행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일종의 면죄부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소설과 영화에서 조금씩 다르게 표현됐거나, 한 장르에서만 표현된 것들 중 ‘숨겨진 의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정리해본다. 『더리더』에서 마이클이 재판 과정에서 이렇게 생각하는 구절이 있다. ‘몇 주 동안 계속된 재판 내내 나는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나의 감각은 마비된 것 같았다. …(중략)… 잠시 후 나는 나와 비슷한 마비 증세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는 전쟁의 직접적인 영향권에서 벗어난, 그리고 벗어나고 있는 사람들의 무관심함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다. 이 무관심이란 ‘무지’에 대한 것이 아니라, 당시의 가해자(악)와 피해자의 아픔을 진정으로 이해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무관심이다. 한나의 세대가 전쟁을 직접 겪은 1세대라면, 마이클의 세대는 이의 영향권에 살짝만 걸쳐있는 2세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2세대들의 무관심을 이런 감정 묘사를 통해 드러내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더리더』에서는 한나가 떠나기 직전 마이클이 수영장에서 한나를 외면하고, 본인은 이를 ‘배반’이라고 생각하며 죄책감을 가진다. 그리고 재판 과정에서 많은 번뇌를 하며 ‘범죄자를 배반하는 것이 죄가 되지 않으므로 내가 유죄가 아니라고 해도, 나는 범죄자를 사랑한 까닭에 유죄였다’라고 한다. 그리고 마이클은 본인의 아버지에게 찾아가 조언을 구하는데, 아버지가 이런 말을 한다. ‘하지만 어른들의 경우에는 내가 그들에게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그들 스스로가 좋다고 여기는 것보다 우위에 두려고 하면 절대 안 돼.’ 이렇듯『더리더』에는 철학적인 물음들이나 명제들이 자주 나온다. 반면 <더리더>는『더리더』에 나온 철학적인 이슈들을 인물들의 표정이나 행동을 통해서 드러낸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논리적이 아니라 감정적으로 문제를 받아들이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부분을 영화가 잘 살렸다고 본다. 대중에게 이런 민감하면서 어려운 문제를 던져주는데 있어 너무 논리적으로, 철학적으로 다가가기보다는  감정적으로, 직관적으로 와닿게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도『더리더』의 해당 부분을 보며 생각의 갈피를 잡지 못했는데, <더리더>를 보고 나서는 조금 더 명확한 감정을 갖게 되었다.


  마지막으로『더리더』와 <더리더> 사이의 가장 큰 차이점은, 마이클의 ‘딸’의 역할과 각 장르에서 서사의 마무리이다. 『더리더』에서는 마이클이 글을 집필함으로써, <더리더>에서는 마이클이 자신의 딸에게 과거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을 암시함으로써 마무리된다. 이 두 가지의 방식이 분량 상으로는 상당히 짧지만, 시사하는 바는 꽤 크다. 『더리더』에서 마이클이 글을 집필하는 것은 과거를 차곡차곡 정리한다는 의미가 강하고, <더리더>에서 마이클이 딸에게 과거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은 다음 세대에게 이를 이어준다는 의미가 강한 것이다. 사실 전쟁 당시 가해자들의 죗값을 묻는 것과,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 모두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마이클이 수용소(정확히 말하면 죽음의 행군 중 묵게 된 교회)에 갇혀있다가 탈출한 모녀 중 딸을 만나는 장면에서 이런 면이 여실히 들어난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과거 일들을 곱씹으며 글을 집필하는 것은, 무감각해진 사람들이 다시금 이런 이슈에 대해 생각해보자고 설득하는 것 같다. 반면 딸에게 마치 고해성사를 하듯이 과거를 털어놓는 것은, 다음 세대에게도 이러한 과제를 넘겨주는 동시에, 다음 세대와의 갈등을 해소하는 듯한 모습으로 보인다. 


  여기서 이 딸의 역할이 소설과 영화에서 각각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더리더』에서도 물론 딸의 권리를 빼앗는 것 같아 미안해하는 마이클의 내면이 표현되지만, <더리더>에서는 실제 딸과 소통하려 노력하지만 과거의 짐 때문에 완전히 소통되지 않는 느낌을 자아낸다. 그러나 마이클의 개인적인 과거사 청산, 즉 마음의 정리가 어느 정도 됨으로써 다음 세대와의 화해를 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더리더』와 <더리더>에서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느낌과, 각 장르에서 다르게 표현된 부분들 중 특정 의도와 관련된 부분들을 살펴보았다. 이런 점들을 보았을 때, ‘전후 세대 갈등과 죄의 처벌’ 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측면에서,  <더리더>가 좀 더 직관적이면서도 미래 지향적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더리더』에서만 느끼고 고민할 수 있는 철학적인 이슈들이 있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 많은 대중에게 더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더리더>를『더리더』보다 더 높게 평가해본다.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저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출판사
이레 | 2009-01-29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책 읽어주기, 샤워, 사랑 나누기, 그리고 나란히 누워 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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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2009)

The Reader 
8.6
감독
스티븐 달드리
출연
케이트 윈슬렛, 데이빗 크로스, 랄프 파인즈, 레나 올린, 브루노 간츠
정보
로맨스/멜로, 드라마 | 미국, 독일 | 123 분 | 2009-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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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이번 학기에 듣고 있는 '문학과 영상'이라는 수업의 과제로 작성한 리뷰로, 포스트 제목은 '박범신 - 은교' 이지만 실제로는 소설 은교와 영화 은교(정지영 감독)를 모두 보고 비교하여 작성한 글이다.



  다른 매체의 작품이 영화로 각색된 작품을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소설이 각색된 작품들은 물론 만화가 각색된 작품들도 꽤 많이 보았다. 그런데 볼 때마다 ‘각색된 영화는 원작을 먼저 보고 봤을 때 항상 재미 없다’고 느꼈다. 그저 영화의 런타임이 짧으니 어쩔 수 없나보다 했는데, 문학과 영상 수업에서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나니 나의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각색’은 원작을 최대한 유사하게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원작을 참고로 하여 재창조 하는 것이었다.


  은교의 경우 역시 소설을 먼저 보고 영화를 보았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계속 소설의 내용이 머릿 속에서 둥둥 떠다녔다. ‘이 부분은 생략이 됐네, 이 부분은 소설이랑 완전히 다르네, …’. 개인적으로는 소설의 많은 미묘한 부분들을 영화에서 다 담아내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각색은 원작의 모방이 아니라 ‘재창조’라는 측면에서, 소설과 영화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적어보며 각 장르가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추었는지에 대해 비교해보고자 한다.


  우선 공통점을 다뤄보자면 소설과 영화 모두 이적요, 서지우, 은교 세 명의 관계가 주된 서사를 이룬다는 것이 뼈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두 매체 모두 단순히 삼각관계라고 표현하기엔  사랑 외적인 여러 요소들이 개입되어있다. 또한 은교를 향한 이적요의 순수하면서도 욕망적인 사랑, 그리고 나이 앞에서 절망하다가 제자에 대해 분노를 참지 못해 결국 살의를 가지게 되는 이적요의 모습, 그리고 몇몇 대사와 상황들이 소설과 영화의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차이점으로 첫번째는, 소설에서는 이적요와 서지우의 관계가 좀 더 심도있게 다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소설에서 이적요가 무한한 분노를 느끼지만 살의를 느낀 이후에도 마지막까지 서지우에게 눈빛을 보내는 장면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또한 소설에서 서지우는 굉장히 입체적인 인물로, 많은 복합적인 감정들이 묘사된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이러한 서지우의 모습, 그리고 이적요와 서지우의 관계가 상대적으로 단순화되어 나온 것 같다.


  두번째로 소설에서 한은교는 굉장히 순수하면서도 신비롭게 비춰지고 있어 의뭉스럽기까지 하지만, 영화에서는 은교의 마음이 좀 더 드러나있다. 그리고 이런 면이 오히려 여주인공을 더 수동적인 모습으로 보이게 한다. 소설에서는 은교의 내면을 거의 다루지 않았는데, 일부러 신비화 시킨다기보다는 사실 은교의 마음이나 행위에 대한 동기 보다는 이적요와 서지우의 내면, 관계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세번째로 ‘젊음과 늙음’에 대한 인식의 정도의 차이이다. 물론 영화에서도 ‘너의 젊음이 너의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이,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는 벌이 아니다’ 라고 하는 대사라든지, 서지우가 이적요를 노인이라고 몰아붙이는 장면 등이 나온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는 이적요가 은교를 사랑하는 것이 ‘여인’에 대한 사랑이라기보단 ‘젊음’에 대한 사랑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늙음에 대한 이적요의 내면들이 많이 묘사된다. 


  마지막으로 가장 크게 느낀 차이는 바로 ‘관음’이다. 소설에서는 이적요의 내면이 워낙 잘 드러나있다보니, 은교를 바라보는 모습이 관음으로 보이지 않았다. 비록 나이 차이를 보았을 때 정상인의 사랑의 범주를 벗어나긴 하지만, 마치 좋아하는 사람을 몰래 힐끗힐끗 쳐다보는 정도의 일반적인 사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이적요가 은교를 몰래 바라보고, 그리고 또 자신이 바라는 자신과 은교의 관계를 상상하고… 이런 모습들이 상당히 관음적으로 보여졌다. 심지어 서지우와 은교의 정사를 지켜보며 이적요는 굉장히 가슴아파하고 분노하지만, 그럼에도 계속 바라보는 모습은 관음의 절정을 보여주는 장면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소설과 영화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간략히 적어보았다. 다만 소설의 여운이 너무 많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영화를 봐서 그런지, 영화를 원작과 별개로 독립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너무 부족했던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원작 소설과 각색된 영화를 보며, 히치콕이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단편 소설만 각색했던 이유를 알 것만 같다.



은교

저자
박범신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0-04-0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2010년 박범신의 신작 장편소설 [은교]'이 소설로 나는 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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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 (2012)

Eungyo 
7.1
감독
정지우
출연
박해일, 김무열, 김고은, 정만식, 박철현
정보
로맨스/멜로 | 한국 | 129 분 | 2012-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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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읽은 책은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이다. 방금 막 책을 다 읽은 참인데, 가슴에 먹먹함이 남아있다. 책의 내용을 다 읽고 뒤의 작가의 말을 읽고나니 먹먹함이 더하다. 소설 속에 수많은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지만, 이 책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부분이 작가의 말에 있는 것 같아 인용해본다.


우리는 최선의 . 적어도 그렇다고 판단한 . 선택으로 질풍을 피하거나 질풍에 맞서려 한다. '그러나' 눈앞에 보이는 최선을 두고 최악의 패를 잡는 이해 못 할 상황도 빈번하게 벌어진다(일간지 사회면을 점령하고 있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그 증거일 것이다).


사실과 진실 사이에는 바로 이 '그러나'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야기되지 않은, 혹은 이야기할 수 없는 '어떤 세계'. 불편하고 혼란스럽지만 우리가 한사코 들여다봐야 하는 세계이기도 하다. 왜 그래야 하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모두 '그러나'를 피해갈 수 없는 존재기 때문이라고 대답하겠다.


- 정유정, 7년의 밤, 작가의 말 중 -


책을 읽기 시작한 초반에는 - 극중 소설의 내용으로 들어가기 전에는 - 책이 참 지루했다. 전체적으로 우울한 분위기였고, 작은 장면에도 묘사가 많이 들어가있어 템포도 느리며, 무엇보다 뻔하디 뻔한 스토리(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도입부에 지나지 않았던 사건)가 나왔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그냥저냥 재밌는 레벨을 넘어선, 독자를 압도할만큼 재미있는 소설의 도입부는 흥미롭게 꾸미기 힘든 것 같다. K팝스타에서 박진영이 자주 하는 말이 있는데, 무대에서 강약조절을 하며 극적인 무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설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소설이라면 이를 풀어내기 시작하는 전반부는 다소 지루한 면이 있는 것 같다.


아무튼, '7년의 밤'에는 아버지이자 살인자인 현수, 현수가 끔직히 아끼는 아들인 서원, 현수의 직장 동료이자 서원의 보호자인 승환, 이들을 지옥까지 몰아붙이는 엘리트이자 사이코패스인 영제가 주요 인물들로 나온다. 그리고 작가의 말에 언급됐듯이, '그러나'를 피해가지 못해 일어나는 사건이 소설의 주 내용이다.


이 사건은 어두운 과거를 가진 현수의 부정, 무서울 정도로 치밀한 영제, 침착하게 지켜보면서도 사건의 끝을 알고 싶어하는 소설가 승환, 그리고 나이에 맞지 않는 성숙함을 보여주는 서원 모두가 어우러져 그 극적임을 더한다. 소설의 주인공과 보조인물들 하나하나 사건에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다.


내용을 더 언급하는 것은 스포가 될 것 같아 여기서 마친다. 읽으며 이렇게 감정 이입을 하고, 다 읽고나서도 그 감정을 잠시나마 그대로 간직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소설이라는 장르의 큰 매력인 것 같다. 한국 소설은 그닥 많이 읽지 않았었는데 앞으로 많이 찾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었다.




7년의 밤

저자
정유정 지음
출판사
은행나무 | 2011-04-0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세계문학상 수상 작가 정유정의 신작 장편.7년의 밤 동안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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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리뷰를 남길 책은 사이먼 리치의 천국주식회사. 유럽에서 소설을 포함해 여러 책들을 읽었는데, 기억을 되새기며 리뷰를 남기기는 귀찮아서 이 책부터 다시 남겨본다.


천국주식회사는 하느님이 천국에서 회사를 운영을 하는데, 지구 역시 여러 부서를 통해 운영하는 하나의 사업이라는 설정의 책이다. 지구 대기에서 추출할 수 있는 '크세논 가스' 가 사업성이 매우 높으며, 인간들의 행위 자체는 하느님에게 큰 감동을 주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책 곳곳에서 보이는 하느님의 태도를 보면 인간들에 대해 얼마나 회의감을 느끼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흔히 우리가 상상하는 하느님의 모습은 근엄하고 인자한 모습이지만, 이 책에서는 인간들이 자신을 찬양하는 모습을 찾아보거나, 스포츠 경기를 찾아보는 등 유쾌한 - 때로는 무능해보일 정도의 - 모습으로 묘사된다. 다만 이런 유쾌함 속에 인간에 대한 회의감이 표현되어있디보니, 세상에 대한 시니컬한 작가의 생각이 드러나는 것 같다. 하지만 결국 희망을 잃지 않는 주인공들의 노력에 의해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뻔하다면 뻔한 스토리이다.

 

천국주식회사를 읽으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계속해서 받았다. 내가 느낀 비슷한 점은 아래와 같다.


- 꽤 그럴듯하면서도 황당한 설정

- 남자주인공이 좀 찌질하지만 나름대로의 철학을 가지고 있음

- 여자주인공은 매력적이고 쾌활

- 이런 남녀주인공의 러브라인이 약간 있음

- 사건에 대한 묘사


읽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에서 나오는 묘사들과 비슷한 점이 너무 많아, 혹시 옮긴이가 같은 사람인가 하고 보았는데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아무튼 가볍고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기발한 상상력에 비해 스토리나 분량이 약간은 아쉬운 책이다.




천국 주식회사

저자
사이먼 리치 지음
출판사
열린책들 | 2014-12-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신세대 유머 작가 사이먼 리치의 대담하고 발칙한 상상력 하느님이...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이번에는 '린스타트업' 이라는 책을 읽어보았다. 대략 3주 동안이나 읽어서 그런지, 그 통찰과 핵심 주제는 이해가 됐지만 세부 내용들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은 함정... 일단 생각나는 것들을 의식의 흐름대로 정리는 하겠지만, 아래 내용이나 순서가 책과 일치하지는 않은 점 양해 바란다.



린스타트업 1. '린스타트업' 이란?


린스타트업이란, 낭비를 최소화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한 도요타의 '린 제조방식' 아이디어를 스타트업의 관리제 접목한 것이다. 린스타트업은 신속한 피드백을 통한 제품 개발, 빠른 실험, 그 결과에 따른 실천을 빠르게 반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책 전반에서도 반복적으로 '만들기 - 측정 - 학습' 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애자일 방법론' 과 유사한 점이 많지만, 애자일 방법론은 개발에 포커싱이 되어있다. 뛰어난 개발자는 아니지만 어쨋든 개발 분야에 몸을 담고 있는 나로써, 애자일 방법론에 대하여는 나중에 따로 찾아보거나 책을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린스타트업 2. 스타트업/창업가란?


저자는 스타트업을 '극심한 불확실성 속에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조직' 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이러한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사람을 '창업가' 라고 한다. 하지만 꼭 스타트업 회사를 운영해야만 창업가라고 하는 것은 아니고, 대기업에서 혁신적인 신규 사업을 추진하거나 기존 제품을 혁신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 또한 창업가로 분류한다(내부 창업자). 



린스타트업 3. 코호트 분석(Cohort Analysis)


사실 린스타트업을 읽으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 부분이다. 스타트업을 운영할 때 단순히 전체 매출, 전체 사용자수와 같은 누적 데이터를 보는 것이 아니라, 특정 사용자 그룹의 결과를 보는 것이 코호트 분석이다. 어떤 제품 개선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알 수 있으며, 수치만 가지고 탁상공론 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이 회사가 정말로 성장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분석 방법이다. 아래 두 그래프는 책에 나온 코호트 분석의 예시이다.



린스타트업 4. MVP


MVP란 Minimum Viable Product의 약자다. 한글로 번역해보면 '최소 기능 제품'으로, 만들자 하는 제품의 최소한의 기능만 담은 제품이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린스타트업의 핵심은 '만들기 - 측정 - 학습' 이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학습으로, 빠른 학습을 위해서는 빠른 측정이 필요하며, 마찬가지로 빠른 만들기가 필요하다. 


따라서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하여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아니라, 빠른 학습을 목표로 최소한의 기능만 담은 제품을 출시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MVP이다. 스타트업 자체는 고객이 이런 것을 원할 것이라는 '가정' 을 바탕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그 가정이 맞는지를 빠르게 검증하기 위해 MVP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한다.



린스타트업 5. 방향전환(Pivot)


스타트업에서는 '이 제품을 만들 수 있을까?' 라는 고민보다는 '이 제품이 만들 가치가 있는가?' 그리고 '이 제품과 서비스를 기반으로 우리가 지속 가능한 사업을 만들 수 있는가?' 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고민을 정기적인 회의를 통해 공유하고 지속해야 하며, 이러한 회의의 결과로 '방향 전환' 혹은 '고수' 를 하게 된다.


방향전환은 줌인전환, 줌아웃전환, 고객군전환, 고객필요전환, 플랫폼전환, 사업구조전환, 가치획득전환, 성장엔진전환, 채널전환, 기술전환 등 총 10개 정도가 있다. 명칭이 중요하다기보다는, 스타트업에 있어 방향을 전환하는 방식이 이런 것도 있구나 하는 정도를 알면 도움이 될 것 같다.



린스타트업 6. 겐치 겐부쓰, 안돈코드


이 2가지는 사실 서로 큰 연관성은 없지만, 각각이 한 타이틀로 두기에는 아는바가 많이 없어서 묶었다. 겐치 겐부쓰는 직역하면 "직접 가서 보라"로, 도요타에서 중요시하는 말이라고 한다. 어떤 상황이나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보고나 분석된 자료에만 의존하지 않고 직접 가서 상황을 겪거나 지켜봐야 한다는 말이다.


또한 도요타에서는 어떤 노동자라도 제품 부품에 결함이 있을 때 즉시 수정할 수 없다면, 전체 생산 라인을 중지시키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고 하는데, 이것이 바로 안돈코드이다. 문제 발생 시 대충 넘어가면 당장은 프로세스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이것이 결국 큰 문제로 바뀌어 전체적인 속도를 늦출 수 있기 때문에, 그때그때 바로 조치하고 예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린스타트업 7. 일괄작업


사실 린스타트업을 보며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이 부분이다. 저자는 어떤 물건을 포장하고, 박싱하고, 스티커를 붙이는 작업을 예로 든다. 이러한 작업을 빠르게 끝내기 위해서는 흔히들 한 작업씩 붙잡고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먼저 물건을 포장지에 쭉 싸고, 그 다음으로 쭉 박싱하고, 쭉 스티커를 붙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것보다는, 하나하나 제품을 포장/박싱/스티커붙이기 작업을 하는 것이 더 낫다고 한다. 그 이유는 정말 대량의 물품에 대해 장기적으로 이 작업을 하지 않는 이상, 개별 작업에 대한 숙련도는 크게 증가하지 않으며, 중간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해 가장 빨리 발견하고 조치할 수 있는 것이 일괄작업이라는 것이다. 


산업공학과로써 학교에서 배운 얕은 지식이 파괴되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사실 경험에 비추어 보면 저자의 말이 맞는 것 같다. 과거 다녔던 회사에서, 많은 외국인 인터뷰 영상들에 대해 자막을 만들고, 이 자막과 영상이 매칭되도록 싱크를 맞추는 작업을 한 적이 있다. 나는 최대한 효율적으로 업무를 하기 위해 각 작업을 나누어 진행하였는데, 결국 나중에 어떤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하여 처음부터 다시 작업을 했던 기억이 있다. 만약 린스타트업을 읽었던 상태라면 하나의 일괄작업을 진행하며 문제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지 않았을까?



린스타트업 8. 다섯 번의 왜


이 책의 후반부에서는 혁신에 대한 여러가지 내용이 나온다. 먼저 '다섯 번의 왜'를 항상 생각하라고 한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것에 대해 다섯 번의 왜를 질문하고 답하면, 결국 그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발견되어 이를 조치하고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다섯 번의 왜를 효과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첫 실수에는 전부 관대하고, 가능한 한 두 번 실수를 하지 않게 하라' 를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한다.




이번 책은 상당히 도움이 많이 되는 책이었다. 그리고 이 책 뿐만 아니라 애자일 방법론이나, 린 분석이라는 책에 대해 읽어보면 좀 더 많은 내용을 체득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린 스타트업

저자
에릭 리스 지음
출판사
인사이트 | 2012-11-12 출간
카테고리
컴퓨터/IT
책소개
“실천 가능한 과학적 창업 방법론”극도로 불확실한 창업 환경에서...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한국에서 유독 인기가 많다는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나도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을 열정적으로 읽은 적이 있었고, 요새는 좀 시들해졌지만 아직도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꼽는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류의 책을 제외하고, 내가 읽었던 그의 책에 대해 간단한 리뷰를 남겨본다.



내가 읽은 베르나르 베르베르 1. 뇌


내가 처음 읽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이다. 고등학교 무렵에 읽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스토리를 이어가는 2단 구성과 작가의 과학적 상상력에 흠뻑 빠졌다. 뇌를 기점으로 나의 베르나르 베르베르 사랑(?)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뇌 뿐만 아니라 다른 책들도 마찬가지지만,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의 특징은 1) 과학적으로 나름 타당한 논리를 가진다(물론 완벽하진 않음), 2) 뒷이야기를 예상할 수 잇는 뻔한 구성이 아니다, 3) 성적인 요소가 조금씩 들어간다 정도가 있다. 뇌에서 이러한 특징들을 잘 나타내고 있다.



내가 읽은 베르나르 베르베르 2. 나무 1, 2


나무는 다른 소설들과 다르게, 장편이 아니라 단편 소설 모음집이다. 여기서는 과학적 검증 이런 내용보다는 순수한 상상력을 볼 수 있는데, 상상력이 부족한 나로써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이후 나무2가 나와서 읽어봤었는데, 나무1이나 다른 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낌이 달라 찾아보니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직접 쓴 것이 아니라, 팬이나 독자들이 쓴 것들을 모은 책이라고 한다. 뭐 나름 신선한 느낌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나무1편이 2편보다 낫다.



내가 읽은 베르나르 베르베르 3. 개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중 최고의 걸작이라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해리포터 시리즈와 함께 나의 BEST 소설이다. 뇌의 뒷표지에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민머리를 볼 수 있는데, 개미의 뒷표지에는 머리가 있어 작가에 대한 동정도 약간 느꼈다. 아무튼 말이 필요 없는 소설이다, 혹시 아직 읽지 않았다면 꼭 읽어보길.



내가 읽은 베르나르 베르베르 4. 아버지들의 아버지


'미싱 링크' 라는 개념을 가지고 풀어나가는 소설이다. 후반부에서 나름 감동도 주고, 전체적으로도 흥미를 이끌기에 충분하긴 했지만, 다른 책에 비해서는 임팩트가 좀 약간 편이다.



내가 읽은 베르나르 베르베르 5. 타나토노트


그의 소설을 보면 주인공의 이름이 겹치거나, 심지어 동일 인물인 경우가 많다. 특히 타나토노트 - 천사들의 제국 - 신 3개는 각각 독립된 스토리가 있으면서도 이어지는 시리즈라고 한다. 나는 천사들의 제국은 스킵하고 바로 타나토노트 - 신을 읽었지만,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타나토노트는 인간의 죽음과 영혼을 주제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내가 읽은 베르나르 베르베르 6. 파피용


나무 2를 읽었을 때는 약간 실망스러운 정도였다면, 파피용에서는 절망을 했다. 내가 원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을 읽으면 밤을 새다시피 해서 읽는데, 파피용을 읽으면서는 수도 없이 졸았다. 이게 대체 같은 작가가 쓴 책이 맞나 싶을 정도라 찾아보니 번역자가 다르다. 이 소설 스토리 자체는 흥미롭다고 생각하는데, 새삼 번역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내가 읽은 베르나르 베르베르 7. 신


신은 굉장히 호불호가 갈릴 만한 책이다. 개인적으로 극후반부를 제외하고는 정말 재미있게 봤다. 타나토노트 - 천사들의 제국에 이어 '신'의 역할을 부여받은 인간의 영혼들이, 신 수업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극후반부까지 읽고 나서는, 개인적으로는 이 사람의 책을 더 이상 읽지 말까 고민까지 했었지만, 이건 사람마다 다른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읽은 베르나르 베르베르 8. 웃음


'웃음'은 주제 자체는 정말 신선하고 좋다. 그러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이제는 앞의 다른 책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약간은 식상하게 느껴졌다. 제목 그대로 '웃음'의 기원과 궁극적인 웃음을 찾아나가는 스토리이다.



내가 읽은 베르나르 베르베르 9. 인간


[인간]은 소설이 아니라 희곡이다. 연극의 토대가 되는 대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주제나 스토리 자체는 내 상상력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뻔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희곡이라고 생각하고 보면, '인간'에 대해 다시금 진지하게 생각해 볼만한 책이다. 


[인간] 에 대한 좀 더 자세한 리뷰는 예전에 포스팅 한 바가 있으니 참고..

http://nota.tistory.com/80





이 외에도 제3인류, 천사들의제국, 카산드라의거울, 파라다이스 등의 책이 있는데, 이 책들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신작이 나오면 다시 읽어볼 의향은 있으나, 한 사람의 소설을 너무 많이 읽어서인지 처음에 개미나 뇌를 읽었을 때의 머릿속을 강타하는 듯한 임팩트를 받지는 못한다. 


하지만 과학적인 호기심이 많은 공대생이나, 평소 망상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을 몇 권쯤은 읽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