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도모노 노리노의 '행동경제학' 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이 책의 부제는 '경제를 움직이는 인간 심리의 모든 것' 이다. 책의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행동경제학은 기존의 경제학에 심리학을 더한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초중고 시절부터 나는 심리학에 매우 관심이 많아, 실제 관련 도서도 많이 읽었고 대학에 와서도 개론이긴 하지만 심리학 수업도 들은 적이 있다. 좀 더 깊게 공부해부면 어떨까 해서 복수전공/부전공을 신청해볼까 했지만 학점의 한계로 실패..


아직 이 책의 서론에서 갓 넘어간 정도 부분을 읽고 있긴 하지만, 재밌는 내용들이 많이 나온다. 죄수의 딜레마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인간이 합리적인 결정을 할 때 사용하는 휴리스틱이나 이에 따른 바이아스 등에 대한 내용이다. 그런데 이런 책을 읽다보면 내 머리가 좋지 않음이 매우 답답해진다. 


행동경제학이라는 책이 그렇게 어려운 책은 아님에도, 각종 이론이나 예시를 이해하려면 뭔가 예상만큼 머릿속에서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는다. 마치 축구를 오랜만에 할 때, 내가 실제 달리는 속도가 내 예상보다 느려서 상체가 앞으로 쏠리는 느낌과 비슷한 느낌을 머릿속에서 받으며, 자바 힙스페이스 오류가 나듯이 꼬여버린다. 차근차근 읽으며 정리해보면 대부분 이해는 되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내 머리가 받아들이는, 이해하는 속도가 느리면 정말 답답하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읽은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에서도 교육이나 인간의 발달 부분에 대해 간단히 다루는데, 인간의 인지적 능력과 비인지적 능력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인간의 비인지적 능력은 후천적으로 발달시키기가 불가능하거나 매우 힘들다고 하는데, 머리가 돌아가는 속도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 외에도 최근 읽은 책들, 그리고 기사들을 보면 인간의 선천적 능력, 즉 재능이 노력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얘기를 많이 접한다. 예전에는 이런 얘기를 들었을 때, 노력은 모든 것을 극복하게 할 수 있다는 주의였는데, 요새는 꼭 그렇지는 않을 수도 있겠구나 싶다. 물론 재능이 부족한 사람이 재능이 있는 사람보다 훨씬 더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는 경우도 많이 있겠지만, 현실에는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노력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어떤 일에 재능이 있다 -> 일에 흥미를 느낀다 -> 더 열정을 가지고 일을 하게 된다' 의 양성 피드백이 일어날 수 있으니...


뭐 아무리 이렇게 생각해도 선천적 재능을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최대한 노력하는 것 뿐이다. 재능에 대해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오는 결론은 똑같다. 재능과 노력에 대한 이론들이 사실이건 아니건, 재능에 대한 한계를 느꼈을 때 절망감에 빠지느냐, 혹은 이를 받아들이고 극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느냐는 그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것 같다. 또 생각해보면 그런 상황에서 극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마음가짐 자체도 재능인 것 같기도 하지만 어쨌든 결론은 내가 재미있어 하는 일에 대해 최선을 다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