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벤처 회사 두 곳을 다니며, 그리고 직장 생활을 하는 주변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일을 지시(혹은 부탁)하는 타입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 것 같다.


내가 느끼는 이 두가지 타입에 이름을 붙여보자면, '선생님' 타입과 '방생형' 타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선생님' 타입의 경우 하나의 일을 지시할 때,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흘러갈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정보와 제약 조건을 함께 제시한다. 어떻게 일을 처리해야 하며, 어떤 결과물이 나와야 하는지 등등 디테일의 수준은 경우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비교적 자세히 전달한다. 


'방생형' 타입의 경우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 지만 전달하고, 구체적인 방법이나 수단에 대하여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농장에서 주인이 직원에게 사과나무에서 사과를 따라는 지시를 한다고 해보자.


농장 주인이 '선생님' 타입일 경우

'오늘, 내일 중으로 여기에 있는 사과나무에서 사과를 전부 따도록 하세요. 낮은 곳에 있는 사과는 그냥 손을 뻗어서 따면 되고, 높은 곳에 있는 사과는 저기에 준비해 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따면 돼요. 사과를 딸 때 썩은 부분이 2cm 이상이면 따로 분리해서 바구니에 담아두세요. 그리고 그렇지 않은 사과는 50개씩 한 바구니에 담아서, 창고에 넣어두세요'


농장 주인이 '방생형' 타입일 경우

'오늘, 내일 중으로 여기에 있는 사과나무에서 사과를 전부 따도록 하세요. 사과는 시장에 내다 팔테니, 많이 안 썩었고 괜찮은 걸로만 잘 챙겨둬요'


이 정도로 비유를 할 수 있을까?



여기서 어떤 타입의 지시가 좋은 것인지는 상황에 따라서도 다르고 지시를 받는 사람에 따라서도 다르고, 그 일을 지시하는 사람이 몸담고 있는 조직이 어떤 환경인가에 따라서도 다를 수 있다. 이 두가지 타입의 장점을 생각해보면 아래와 같은 것 같다.


'선생님' 타입의 장점

- 실제 실무자의 시행착오를 줄여준다.

- 실무자가 고민할 여지를 남겨두지 않아,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 지시자가 원하는 output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방생형' 타입의 장점

- 실무자의 능력, 경험을 키워준다.

- 실무자의 자율에 맡김으로써 더 창의적인 output이 나오기도 한다.

- 지시자의 업무 로드를 줄일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해당 조직의 환경에 따라, 그리고 개인의 성향에 따라 어떤 타입의 지시가 더 좋은지는 다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위 2가지의 장점을 적절히 섞는 형태가 가장 이상적이지 않나 싶다.


실무자에게 최대한의 자율을 주어주되, 선행자가 겪은 시행착오에 대한 내용을 설명하거나 데이터를 전달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실무자가 왜 이 작업을 해야하는지, 그 작업의 목표에 대해서 명확히 설명한다. 또한 output의 포맷을 알려주기 보다는 그 output이 나와서 어디에 사용되는지를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output이 나오게 되면 이에 대한 건전한 토론을 하되, 비판을 하지 않도록 한다.


적고 보니 너무 당연한 말들이긴 하지만, 실제로 일을 지시하거나 지시 받을 때 이런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나중에 일을 지시할 입장이 되었을 때 위에 적은 대로 잘 실천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