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과 오랜만의 외식. 어머니가 예전에 모임 장소로 다녀오셨다던 강서구청의 그램그램에 다녀왔다.



다른 고기들도 다 그런건진 모르겠는데, 우리가 주문한 고기는 숯불로 구워먹을 수 있었다. 요즘 숯불로 고기 구워주는 곳이 그렇게 많지 않던 것 같은데, 이곳은 식당 내부도 깔끔한 걸 보니 생긴지 오래되지 않은 곳임에도 숯불을 준다.



고기와 함께 계속 먹을 수 밖에 없었던 콩나물/파 무침.



가족 세 명이서 먹은 고기의 양이다. 우리가 주문한건 원투쓰리라는 메뉴였는데, 무려 1,200그램... 요즘 고기집에서 일인분에 200g도 아니고 150g이나 180g으로 파는 곳도 많은데, 그걸 생각하면 1200g이면 6~8인분 정도 되는 셈이다. 가격은 40,000원으로 소고기인 것과 그 양을 생각하면 정말 저렴하다. 참고로 고기는 미국산.



숯불에 올려진 고기 모습. 400g씩 총 3개 부위가 있었는데, 고기 자체가 고퀄리티는 아니다 보니 그냥 위 사진에서 보이는 부위가 제일 맛있었다. 부드럽게 먹을 수 있음. 이 외 다른 부위는 잘 못익혀서 그런 것인진 모르겠지만 약간 질긴 느낌.



그래도 이 정도 금액에 소고기를 배터지게 양껏 먹을 수 있다는 것은 그램그램의 충분한 메리트인 것 같다.


고기 외에 우거지국을 주문해서 먹었는데, 처음에는 그저 그랬지만 중독성 있는 맛이 있었다. 보통 고기집에서 나오는 짠 된장찌개보다는 강렬하지 않지만, 고기와 밥을 먹으며 계속 먹게 되는 맛이다. 그리고 어제 먹어보진 못했지만, 김치말이국수도 상당히 맛있다고 한다. 다음엔 김치말이국수도 먹어봐야지.


강서구청 그램그램에 대한 평점은 5점 만점에 3.7점 정도? 고기 자체가 엄청 질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숯불에 구워먹을 수 있다는 점, 가성비가 훌륭하다는 점 덕분에 갈 만한 곳인 것 같다. 친구들에게 한 턱 쏠 때, 혹은 모임이 있을 때 가기에 좋은 맛집.

'일상생활 >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각지 구공탄 / 서촌 계단집 / 서촌 비짜  (0) 2015.03.08

이번에 읽은 책은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이다. 방금 막 책을 다 읽은 참인데, 가슴에 먹먹함이 남아있다. 책의 내용을 다 읽고 뒤의 작가의 말을 읽고나니 먹먹함이 더하다. 소설 속에 수많은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지만, 이 책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부분이 작가의 말에 있는 것 같아 인용해본다.


우리는 최선의 . 적어도 그렇다고 판단한 . 선택으로 질풍을 피하거나 질풍에 맞서려 한다. '그러나' 눈앞에 보이는 최선을 두고 최악의 패를 잡는 이해 못 할 상황도 빈번하게 벌어진다(일간지 사회면을 점령하고 있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그 증거일 것이다).


사실과 진실 사이에는 바로 이 '그러나'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야기되지 않은, 혹은 이야기할 수 없는 '어떤 세계'. 불편하고 혼란스럽지만 우리가 한사코 들여다봐야 하는 세계이기도 하다. 왜 그래야 하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모두 '그러나'를 피해갈 수 없는 존재기 때문이라고 대답하겠다.


- 정유정, 7년의 밤, 작가의 말 중 -


책을 읽기 시작한 초반에는 - 극중 소설의 내용으로 들어가기 전에는 - 책이 참 지루했다. 전체적으로 우울한 분위기였고, 작은 장면에도 묘사가 많이 들어가있어 템포도 느리며, 무엇보다 뻔하디 뻔한 스토리(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도입부에 지나지 않았던 사건)가 나왔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그냥저냥 재밌는 레벨을 넘어선, 독자를 압도할만큼 재미있는 소설의 도입부는 흥미롭게 꾸미기 힘든 것 같다. K팝스타에서 박진영이 자주 하는 말이 있는데, 무대에서 강약조절을 하며 극적인 무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설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소설이라면 이를 풀어내기 시작하는 전반부는 다소 지루한 면이 있는 것 같다.


아무튼, '7년의 밤'에는 아버지이자 살인자인 현수, 현수가 끔직히 아끼는 아들인 서원, 현수의 직장 동료이자 서원의 보호자인 승환, 이들을 지옥까지 몰아붙이는 엘리트이자 사이코패스인 영제가 주요 인물들로 나온다. 그리고 작가의 말에 언급됐듯이, '그러나'를 피해가지 못해 일어나는 사건이 소설의 주 내용이다.


이 사건은 어두운 과거를 가진 현수의 부정, 무서울 정도로 치밀한 영제, 침착하게 지켜보면서도 사건의 끝을 알고 싶어하는 소설가 승환, 그리고 나이에 맞지 않는 성숙함을 보여주는 서원 모두가 어우러져 그 극적임을 더한다. 소설의 주인공과 보조인물들 하나하나 사건에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다.


내용을 더 언급하는 것은 스포가 될 것 같아 여기서 마친다. 읽으며 이렇게 감정 이입을 하고, 다 읽고나서도 그 감정을 잠시나마 그대로 간직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소설이라는 장르의 큰 매력인 것 같다. 한국 소설은 그닥 많이 읽지 않았었는데 앞으로 많이 찾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었다.




7년의 밤

저자
정유정 지음
출판사
은행나무 | 2011-04-0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세계문학상 수상 작가 정유정의 신작 장편.7년의 밤 동안 아버지...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함께 오사카에 다녀왔었던 Y, C, K와 함께 간만의 식사와 술. 1차로 삼각지역의 (고가길)구공탄, 2차는 서촌 계단집, 3차로는 서촌 비짜에 갔다.



구공탄의 간판. '구공탄'이 아니라 '9공탄' 이다. 명성에 비해서 내부는 상당히 좁은 편.



줄서서 기다리며 초벌구이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기다리면서 연탄불로 초벌을 하는 모습을 보면 점점 배고픔에 고통받는다.



일단 주문한 삼겹살. 200g에 13,000원 정도 하는데 고기의 두께 덕분인지 비주얼부터 압권이다.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서 익히다보면 배고픔에 2차로 고통받는다. 테이블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서인지 사장님께서 고기를 직접 다 썰어주신다. 빠르고 맛있게 구워주시기 때문에 이제 이렇게 잘라진 고기를 잘 뒤집기만 하면 된다.



익어가는 고기의 비주얼... 이쯤 되면 정신을 놓을 수 밖에 없다.



정신없이 오고가는 젓가락과 집게들. 지금까지 먹어본 삼겹살 중에서 거의 최고급에 속한다. 가격대비로 생각하면 단연 최고. 줄서서 좀 기다려야 한다는 점만 제외하면 꼭 가볼만 한 곳이다. 



삼겹살 이후 주문한 항정살. 삼겹살보다 조금 더 비싸긴 하지만 역시 항정살은 맛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삼겹살이 더 맛있...



마지막으로 주문한 김치볶음밥. 비주얼에서 보이듯이 다른 고기집의 김치볶음밥에 비해 좀 맵다. 그런데 맛있게 매운 맛이라 배부른데도 계속 숟가락이 가는 맛. 둘이 가서 삼겹살 2인분 + 김치볶음밥 먹으면 완벽할 듯.



2차로는 서촌의 계단집에 갔다. 이때부터는 이미 많이 취해있어 외부는 찍지 못했다. 서촌의 먹거리 골목에 있는데 밖에서 봐서 해산물 천국이구나 싶은 모습이다.



신기해서 먹어보자고 한 꼴뚜기 회. 리얼한 꼴뚜기의 눈알을 볼 수 있다. 바다의 맛이 느껴짐.



그리고 사장님이 추천해주신 쭈꾸미 숙회. 다리는 물론이고 머리 부분에 알이 차있어서 정말 맛있었다. 고기 순대를 먹는 듯한 느낌인데 그것보다 더 바다스럽고 진한 맛이 난다.



그리고 3차로 간 비짜. 피자와 맥주를 먹을 수 있는 곳인데, 10시 반이 넘어 피자는 주문이 되지 않았다. 



어차피 배가 불러 있어 프라이를 시켜 먹었는데 또 먹으니까 다 들어간다. 프라이에는 치즈와 미트볼 소스 같은게 올라가 있는데, 먹을만 하다.



그리고 함께 마신 IPA. 나는 IPA 대신 샹그리아를 먹었는데, 웰치스 포도맛이 나지만 알코올도 매우 조금 들어갔다고 한다.



구공탄, 계단집, 비짜,브로맨틱,성공적.


'일상생활 >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서구청 그램그램  (0) 2015.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