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업무를 하다보니 자연스레 '카피라이팅'을 한다. 흔히 카피라이팅이라 하면 생각하는 광고의 카피, 짧은 소개글, 긴 설명글 등 다양한 글을 작성한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글쓰기와 인연이 없었는데, 가장 많은 글을 쓰게된 것이 2010년 어떤 스타트업의 블로그 담당자로 근무했을 때이다. 그 이후 마케팅/기획 등 업무를 하며 '글쓰기'를 계속 하게 되었다. 이런 환경 속에서 더 좋은 글을 쓰고 카피를 만들고 싶은 욕심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이라는 책을 읽어보았다.


이 책에 대한 평점을 내려보자면 5점 만점에 '4.5점'이다. 물론 이 책을 읽는다고 글쓰기 실력이 바로 향상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글을 좀 더 신경쓰며 쓰도록, 이를 위한 추가적인 노력을 하도록 하는 것이 이 책을 읽고 나서 가장 큰 남는 점이다. 



이 책의 목차는 아래와 같다.

 1. 논증의 미학

2. 글쓰기의 철칙

3. 책읽기와 글쓰기

4. 전략적 독서

5. 못난 글을 피하는 법

6. 아날로그 방식 글쓰기

7. 글쓰기는 축복이다

8. 시험 글쓰기




리디북스 페이퍼로 책을 읽으며 몇몇 부분에 하이라이트 표시를 했는데, 직관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어 굳이 코멘트를 남기는 것은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아 그냥 인용만 몇 부분 남겨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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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든 글이든 원리는 같다. 언어로 감정을 건드리거나 이성을 자극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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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취향 고백과 주장을 구별한다. 둘째, 주장은 반드시 논증한다. 셋째,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집중한다. 이 세 가지 규칙을 잘 따르기만 해도 어느 정도 수준 높은 글을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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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많이 읽어야 잘 쓸 수 있다. 책을 많이 읽어도 글을 잘 쓰지 못할 수는 있다. 그러나 많이 읽지 않고도 잘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

둘째, 많이 쓸수록 더 잘 쓰게 된다. 축구나 수영이 그런 것처럼 글도 근육이 있어야 쓴다. 글쓰기 근육을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쓰는 것이다. 여기에 예외는 없다. 그래서 ‘철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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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쉽게 읽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이어야 한다. 그리고 논리적으로 반박하거나 동의할 근거가 있는 글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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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주제가 분명해야 한다.

둘째, 그 주제를 다루는 데 꼭 필요한 사실과 중요한 정보를 담아야 한다.

셋째, 그 사실과 정보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분명하게 나타내야 한다.

넷째, 주제와 정보와 논리를 적절한 어휘와 문장으로 표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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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공감을 얻고 마음을 움직이는 글이 잘 쓴 글이다.

(...)

많은 지식과 멋진 어휘, 화려한 문장을 자랑한다고 해서 훌륭한 글이 되는 게 아니다. 독자가 편하게 읽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는 것이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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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잘못 쓴 글을 알아볼 수 있을까? 쉽고 간단한 방법이 있다. 텍스트를 소리 내어 읽어보는 것이다. 만약 입으로 소리내어 읽기 어렵다면, 귀로 듣기에 좋지 않다면, 뜻을 파악하기 어렵다면 잘못 쓴 글이다. 못나고 흉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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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많이 읽으면 못난 글과 나쁜 문장에 대한 면역력이 저절로 생긴다. 하지만 ‘백신’ 예방접종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효과가 좋은 백신이 이미 수십 년 전 서점에 나왔다. 앞에서 말한 이오덕 선생의 책 <우리글 바로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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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잘 쓰려면 한자말을 오남용하지 말아야 한다. 한자를 병용하지 않으면 뜻을 알기 어려운 단어는 되도록 쓰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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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의’ ‘에로의’ ‘에서의’ ‘으로부터의’ ‘에 있어서의’와 같이 ‘의’를 겹쳐 쓴 토씨도 모두 우리말법에 어긋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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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동형 문장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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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말의 완료시제와 복수형 어미 오남용도 심각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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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단문이 좋다. 문학 작품도 그렇지만 논리 글도 마찬가지다. 단문은 그냥 짧은 문장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길어도 주어와 술어가 하나씩만 있으면 단문이다. 문장 하나에 뜻을 하나만 담으면 저절로 단문이 된다. (...) 계속해서 복문을 쓰면 읽는 사람이 힘들다. 복문은 꼭 필요할 때만 써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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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뜻이 두루뭉수리 불분명해서 아무 곳에서 넣어도 되는 단어는 쓰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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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보다는 짧은 글쓰기가 어렵다. 짧은 글을 쓰려면 정보와 논리를 압축하는 법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압축 기술은 두 가지다.

첫째, 문장을 되도록 짧고 간단하게 쓴다.

둘째, 군더더기를 없앤다.




'글쓰기'에 대한 부분만으로 4.5점 만큼의 만족을 한 것은 아니다. 만족도의 상당 부분은 '유시민'이라는 작가에 있다. 이토록 글을 쉽게 쓰면서도 짜임새 있게 빈틈없이 쓰는 사람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내가 가장 추구하는 글쓰기의 끝판왕을 본 느낌이다. 부끄럽게도 유시민 작가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앞으로 종종 읽어야겟다.





이번에 읽은 책은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이다. 방금 막 책을 다 읽은 참인데, 가슴에 먹먹함이 남아있다. 책의 내용을 다 읽고 뒤의 작가의 말을 읽고나니 먹먹함이 더하다. 소설 속에 수많은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지만, 이 책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부분이 작가의 말에 있는 것 같아 인용해본다.


우리는 최선의 . 적어도 그렇다고 판단한 . 선택으로 질풍을 피하거나 질풍에 맞서려 한다. '그러나' 눈앞에 보이는 최선을 두고 최악의 패를 잡는 이해 못 할 상황도 빈번하게 벌어진다(일간지 사회면을 점령하고 있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그 증거일 것이다).


사실과 진실 사이에는 바로 이 '그러나'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야기되지 않은, 혹은 이야기할 수 없는 '어떤 세계'. 불편하고 혼란스럽지만 우리가 한사코 들여다봐야 하는 세계이기도 하다. 왜 그래야 하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모두 '그러나'를 피해갈 수 없는 존재기 때문이라고 대답하겠다.


- 정유정, 7년의 밤, 작가의 말 중 -


책을 읽기 시작한 초반에는 - 극중 소설의 내용으로 들어가기 전에는 - 책이 참 지루했다. 전체적으로 우울한 분위기였고, 작은 장면에도 묘사가 많이 들어가있어 템포도 느리며, 무엇보다 뻔하디 뻔한 스토리(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도입부에 지나지 않았던 사건)가 나왔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그냥저냥 재밌는 레벨을 넘어선, 독자를 압도할만큼 재미있는 소설의 도입부는 흥미롭게 꾸미기 힘든 것 같다. K팝스타에서 박진영이 자주 하는 말이 있는데, 무대에서 강약조절을 하며 극적인 무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설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소설이라면 이를 풀어내기 시작하는 전반부는 다소 지루한 면이 있는 것 같다.


아무튼, '7년의 밤'에는 아버지이자 살인자인 현수, 현수가 끔직히 아끼는 아들인 서원, 현수의 직장 동료이자 서원의 보호자인 승환, 이들을 지옥까지 몰아붙이는 엘리트이자 사이코패스인 영제가 주요 인물들로 나온다. 그리고 작가의 말에 언급됐듯이, '그러나'를 피해가지 못해 일어나는 사건이 소설의 주 내용이다.


이 사건은 어두운 과거를 가진 현수의 부정, 무서울 정도로 치밀한 영제, 침착하게 지켜보면서도 사건의 끝을 알고 싶어하는 소설가 승환, 그리고 나이에 맞지 않는 성숙함을 보여주는 서원 모두가 어우러져 그 극적임을 더한다. 소설의 주인공과 보조인물들 하나하나 사건에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다.


내용을 더 언급하는 것은 스포가 될 것 같아 여기서 마친다. 읽으며 이렇게 감정 이입을 하고, 다 읽고나서도 그 감정을 잠시나마 그대로 간직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소설이라는 장르의 큰 매력인 것 같다. 한국 소설은 그닥 많이 읽지 않았었는데 앞으로 많이 찾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었다.




7년의 밤

저자
정유정 지음
출판사
은행나무 | 2011-04-0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세계문학상 수상 작가 정유정의 신작 장편.7년의 밤 동안 아버지...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최근 서점에 가보면 '더 잡'이나 '빅 픽쳐', '파이브 데이즈' 등 베스트 셀러로 올라와 있는 더글라스 케네디의 책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책은 '빅 픽쳐' 이후 2번째인데, 친구가 더글라스 케네디 책은 다 비슷하다고 했던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나 스토리의 흐름 등이 대체로 비슷하다. 물론 내용이 비슷한 것은 절대 아니지만, 읽어본 사람은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다.


나는 '빅 픽쳐'와 '더 잡'을 읽고 나서 한 가지 교훈을 마음 속에 되새길 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 이다. 두 소설 모두, 주인공이 일상 생활과는 거리가 먼,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럴듯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그런데 그 사건이 허무맹랑한 것이 아니라 정말 그럴 수 있을 법한 사건이라, 읽으며 강하게 몰입하게 된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주인공은 사건이 발생하기 전 자신의 행복했던 - 하지만 스스로는 느끼지 못했던 - 일상을 그리워하게 된다.


그럼 간단히 빅 픽쳐의 스토리를 적어볼까 한다(아래 내용은 약간의 스포가 있음).





더 잡의 주인공은 적당히 성공적인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성실한 샐러리맨이다. 주인공은 컴퓨터 잡지 회사에서 광고를 담당하는 팀장인데, 팀원들도 잘 다루며 상사와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한다. 그러던 어느 날 주인공이 다니는 회사가 큰 회사에 인수 합병된다는 소식을 듣고, 그 인수 회사 측 간부와 긴밀한 관계를 쌓게 된다. 그리고 그 간부에게, 현재 상사 대신 높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약속을 받는다. 


하지만 인수 이후 이 잡지 회사는 폐간되고, 주인공의 상사였던 사람은 다른 잡지 회사로 자리를 잡게 되며 주인공을 그 업계에서 배척하게 된다. 때마침 부인과도 좋지 못한 관계를 유지하게 된 주인공은 여러가지 자잘한 불운이 겹치게 되며, 고등학교 동창의 좋은 제안을 받아 한 회사로 취직하게 된다. 그 회사는 사모펀드 회사로, 투자했을 때 성공 가능성이 있는 신생 IT 회사를 발굴하는 역할을 받는다.


하지만 고등학교 동창에게 배신당해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그 이후 이혼 위기였던 부인의 도움을 받게 된다...

(여기서부터 상세한 내용을 다 적으면 완전 상세 줄거리가 되어버려 생략한다.)



책 중반부부터는 계속하여 긴장감을 조성하는 스토리의 흐름 때문에,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책이었다. 하지만 '빅 픽쳐'를 읽은 나로써는 색다른 느낌을 받지는 못했고, 단순히 재미있게 읽을만한 책 정도의 인상을 받았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그렇게 힘들지는 않지만, 재미도 없이 매너리즘에 빠져 살아갈 때쯤 읽어보면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더 잡

저자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출판사
밝은세상 | 2013-08-0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1. 비즈니스세계는 정글, 살아남는 자가 승자다! -전 세계 3...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대한민국을 제외한 많은 국가들의 경우, 민주주의라는 체제를 갖추기 위해 많은 노력과 희생을 했다. 대표적으로 프랑스 시민혁명이 있으며, 이 외에도 역사적으로 많은 투쟁이 있었다. 즉, 처음부터 민주주의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위해 많은 비용을 지불하여 얻은 '선불제 민주주의' 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경우 남북전쟁 후 미국의 개입으로 한순간에 민주주의 체제를 구축하였고, 이의 부작용에 따른 앓이를 뒤늦게 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작가는 '후불제 민주주의' 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책에 나와있는 목차와 상관없이, 개인적으로 이 책의 내용은 크게 2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하나는 헌법을 기반으로 한 과거와 현재 정치적 세태에 대한 판단이고, 하나는 유시민이라는 정치인이 겪었던 풍파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이 집필된 당시가 이명박 정권 때라, 이명박 정권에 대한 비판적 내용이 많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읽었던 정치 관련 책이 '닥치고 정치' 였는데, 결과적으로는 MB 정권에 대한 비판이 담겨있는 내용이지만, 그 근거와 이유를 풀어나가는 과정은 매우 달랐다. 닥치고 정치는 정치적 주요 인물들과, 숨겨진 사건들을 중심으로 논리를 풀어나간다. 즉 전체적인 흐름을 김어준이라는 사람의 '통찰력'을 통해 풀어나간다. 또한 책의 컨셉이기는 하지만, 매우 어조가 강력하고 사납다. 반면 후불제 민주주의는 대한민국 헌법이라는 객관적인 기준을 가지고 하나하나의 사안을 판단하며, 이를 매우 담담하게 풀어나간다. 강의로 치면 닥치고 정치는 역사를 매우 흥미있게 설명해주는 스타강사의 역사 강의와 같은 느낌이었고, 후불제 민주주의는 꼼꼼히 문제들을 풀이해주는 수학 강의와 같은 느낌이었다. 


이 책의 전반부~중반부는 상당히 일관성도 있고 전체적인 논리 흐름을 갖추고 있어 좋았는데, 후반부는 약간 아쉽다. 유시민이 정치를 하던 시절에 있었던 에피소드나 스토리들을 알려주는데, 유시민이라는 개인에 대해 관심이 많다면 재미있을 법 하지만, 나는 그런 것은 아니라 그냥 무표정으로 빠르게 읽어버렸다.


전반적인 총평 : '후불제 민주주의' 라는 개념이 매우 기발하지만, 책의 후반부로 가면서 그 개념에 대한 흐름이 흐지부지 되어버리기 때문에 아쉬운 점이 있다. 하지만 유시민 특유의 덤덤한 문체로 무거운 주제를 자연스레 풀어나간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재미있는 책이었다.




후불제 민주주의

저자
유시민 지음
출판사
돌베개 | 2009-03-09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대한민국 헌법, 권력의 역주행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가 알아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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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이후 오랜만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을 읽었다. 짧고 부담없이 읽기 좋아 보여서 읽었는데, 읽는데 1시간도 걸리지 않을 정도로 빨리 읽히는 책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맨 뒤의 옮긴이의 말을 읽어보니,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가 쓴 유일한 희곡이라고 한다. 사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에는 원래 대화체가 많이 나와서, [인간]을 읽으면서 약간 이질감을 느끼긴 했지만 희곡이라고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좀 놀랐다. 그리고 희곡이라는 것을 알고 다시 돌이켜 생각해보니 연극으로 해도 꽤 자연스럽고 재미있을 것 같다. 


오랜만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을 읽으면서 새삼 느끼는, 이 사람의 글들의 공통점이 몇 가지 있다.(물론 [나무]와 같은 단편 같은 예외도 있다.)

- 남자 주인공은 지적이고 고리타분하며 꽉 막혀있는 괴짜와 같은 느낌을 준다. 외모는 그닥 훌륭하지 않지만 막상 자세히 보면 그닥 못생기지는 않은 유부남~중년 남자의 느낌이다.

- 여자 주인공은 활발하고 도전적이며, 개방적이면서도 순수하다. 외모도 그에 맞게 섹시하고 탄탄하며 발랄한 느낌이다.

- 위 남/여 주인공이 문제를 해결하거나 탈출하는 과정에서 항상 성적인 긴장감도 함께 조성한다. SF의 긴장감과 추리물의 긴장감, 그리고 연애물의 긴장감을 함께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인간]은 위 특징들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인간]의 전체적인 스토리는 두 남녀 주인공이 거대한 외계인들이 가두어둔 사각 박스 안에서 인간들의 선함과 악함에 대해 논한다는 것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은 읽으면서 뒤의 내용들을 추리해나가고 반전에 놀라는 재미가 쏠쏠한데, [인간]의 경우 반전의 재미는 덜하다. 하지만 두 남녀 주인공이 얘기를 주고받는 내용에서 '인간이 정말 선한가? 악한가?' 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볼만하긴 하다.


스포일을 하지 않기 위해 책 내용에 대한 설명은 더 이상 하지 않고 마무리 짓는다. 일단 개인적으로 느끼는 전반적인 평점은 5점 만점에 2.5점 정도?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 주인공들의 특징인, 그럴듯한 괴짜 논리들의 나열 외에는 특별히 재미를 느낄만한 부분은 없는 것 같다.




인간

저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출판사
열린책들 | 2009-08-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읽히는 작가 중 하나로 자리를 굳힌 프...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