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외모가 만만하게 보이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학교 교정이나 길을 걷다 보면 전도를 하려고 다가오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이 있다. 팜플렛을 손에 쥐어주며 한 번 읽어보라고 권유하는 얌전한 분들도 있고, 다짜고짜 교회 다니냐고 물어보는 분들도 있고, 심지어 처음에는 길을 묻기 시작하더니 계속해서 대화를 이끌어가며 종교 얘기를 하는 분들도 있다.


나도 초등학교 때 잠깐, 중고등학교 때 잠깐, 대학교 때 잠깐씩 교회를 다니긴 했었다. 중학교 때는 친구 따라서 성당을 다니기도 했으며, 훈련소에 가서는 불교/천주교/기독교를 한 주식 번갈아가며 가기도 했다. 하지만 교회나 성당을 다니며, 내가 왜 이 신을 혹은 종교를 믿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만 남았고, 지금은 무교인 상태로 지내고 있다.


'무교' 라고 하면 천벌을 받거나 지옥에 갈 것 같이 핏대를 세우는 종교인들이 가끔 있는데, 무교는 '무신론' 이랑은 엄연히 다르다. 나는 신이 절대 없다고 믿는 것은 아니며, 단지 왜 신을 믿어야 하는지를 모르겠어서 무교인 것이다.


보통 교회를 가면 찬송가를 부르고, 목사님이나 전도사님의 말씀을 듣는다. 그리고 기도를 하고, 다시 찬송가를 부르다가 마무리 기도를 하며 예배가 마무리 된다. 그런데 나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 신이 있는지 혹은 왜 믿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신을 찬송하는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었다. 이건 마치 북한의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을 찬양하라고 교육받는 것과 다를 것이 무언가 싶었다. 그래도 목사님/전도사님 말씀의 경우 성경을 토대로 좋은 말씀을 해주시기 때문에, 마치 책을 읽고 교훈을 얻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기도도 찬송가와 마찬가지... 도대체 나는 어떤 신에게 무엇을 고백하고 바라야 한다는 말인가?


교회에도 나름대로 교육 시스템이 있어서 참여한다면 성경에 대한 내용, 그리고 내가 궁금해하던 왜 신을 믿어야 하는가, 왜 신이 존재하는가에 대해 배울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교회를 다녀본 결과 이러한 교육은 예배 시스템의 핵심이 아니라, 매우 부수적인 활동이다. 


그런데 남을 설득하는 과정에서는 왜 이것이 맞는 지/틀린 지, 그리고 이에 따른 결과는 어떤 것인지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아니, 이 외의 것들은 사실 설득에서 중요한 요소가 전혀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막상 종교인들은 전도를 하며 왜 신을 믿어야 하는지, 왜 신이 존재하는 지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은 채 단순히 믿으라고만 강요하거나 권유한다.


앞서 말했지만 종교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엄청 과학적인 사람이라 반드시 과학적 근거가 있어야 종교를 믿게 될 것이라고 생각지도 않는다. 하지만 최소한 사람의 신념을 강하게 파고들기 위해서는 설득의 최소 요건 정도는 갖추었으면 좋겠다. 언론에 나오는, 그리고 주변에 보이는 종교인들을 보면 실상 이러한 이유를 본인도 알지 못한 채 맹목적으로 믿거나 믿는 척 하는 사람들이 많아 보이긴 하지만... 이러한 사람들을 논외로 하더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