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 겪은 일이 참 황당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해서 끄적여본다.



1.


하도 오랜만에 복학을 했더니, 국가장학금이란 제도가 생겨있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신청을 해보았다. 원래 가족증명서 제출이나, 부모님의 소득제공 동의 등이 있어야 한다고 해서 일단 가족증명서를 준비 했었는데, 추가 서류 등이 필요한 경우 안내가 있을 예정이라고 되어있었다. 그래서 간간히 국가장학금 홈페이지를 들어갔으나, 별다른 말이 없길래 그냥 신청 되는가보다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갑자기 오후 3시쯤 국가장학금 관련 문자가 왔다. 가구원 정보 제공 동의가 오후 6시까지란다. 부모 둘 모두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이 동의는 공인인증서가 필요하다. 어머니는 인터넷뱅킹을 종종 이용하기 때문에 유효한 공인인증서가 있지만, 아버지는 몇 년 전에 인터넷 뱅킹을 신청은 했으나 한동안 사용을 하지 않아 공인인증서가 만료된 상태였다. 그래서 부랴부랴 아버지한테 연락을 했지만 일 하시느라 당장 은행에 가실 시간이 없다고 하여(은행 업무가 4시까지다) 그냥 포기 상태로 있었다.


뭐 여기까지는 안내가 제대로 되지 않다가 이렇게 급하게 안내 문자가 온 것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지만, 제대로 확인을 하지 못한 내 잘못이라고 치자...



2.


그런데 오늘 오전에 다시 문자가 왔다. 가구원 동의 일정이 금요일까지 연장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아버지한테 연락을 해서, 은행에 가서 공인인증서에 필요한 것들(보안카드 잃어버리셨다고 해서 보안카드도 재발급 받는 등)을 달라고 전달드렸다. 그리고 오늘 저녁에 집에 도착해보니 보안카드를 재발급 받아 오셨다. 은행에서는 보안카드를 재발급 해줄테니 이걸로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으면 된다고 했다고 한다.


아무튼 그래서 보안카드를 가지고 모 은행 사이트에 들어가 공인인증서 발급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그런데 ID/PW 로그인을 하라는 것이 아닌가! 아버지한테 ID/PW 뭔지 기억나냐고 여쭤봤지만 당연히 잊어버린 상태였고, 그나마 과거 사용하던 ID/PW들을 모두 입력해 보았으나 일치하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히 아이디 찾기 기능이 있길래 눌러봤더니, 계좌번호와 계좌비밀번호, 주민번호 앞자리를 입력하란다. 그래서 입력했더니 이번에는 본인인증을 해야한단다. 그런데 이 본인인증 방법이 딱 2가지이다. 하나는 공인인증서로 인증, 하나는 SMS인증... 공인인증서로 인증이 될리 만무해, SMS 인증을 시도했으나 이마저도 실패했다. 아버지 휴대폰이 어머니 명의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이게 대체 뭐란말인가?



3.


물론 아버지가 IT나 이런 복잡한 절차에 익숙치 않아 은행 직원의 안내나 문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셨을 수 있다. 그리고 애초에 미리미리 준비하지 못한 내 잘못도 있다. 하지만 이런 복잡하면서도 친절하지 않은 시스템들에 정말 회의를 느낀다. 


본인 인증을 주민등록번호로 하라고 하다가 여러 곳에서 주민등록번호가 털리자 아이핀을 이용하라고 하고, 아이핀을 기껏 이용했더니 아이핀도 털리고, 남은건 휴대폰밖에 없는데 휴대폰은 또 본인명의 외 다른 가족 명의로 등록할 수 있게 해뒀고...


총체적 난국이라는 말 밖에 떠오르지 않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