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추천을 받아 읽게 된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결론부터 말하자면,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나는 책을 읽을 때 저자가 매우 모호한 입장이나 주장을 하면 그 책을 읽은 후 얻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그 책이 에세이나 소설이 아니라, 특정 분야에 대한 글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이 책은 -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 매우 일관적이고 주장이 뚜렷하다. 책 둘레에 보면 '나는 편견으로 가득 찬 책을 쓰고 싶었다' 라는 문구가 있는데, 편견이라는 말이 약간 자극적이긴 하지만 정말 그러한 책이다.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은 아래와 같이 크게 3가지 파트로 나뉘어있다.

1. 경제학 프리즘으로 세상 바라보기

2. 후회 없는 인생 설계하기

3. 전략적 또는 철학적으로 자기 계발하기

각 파트를 읽으며 인상깊었던 내용들을 간략하게나마 적어본다.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1. 경제학 프리즘으로 세상 바라보기


철저히 경제학이라는 관점을 가지고 세상의 각종 현상이나 사건들을 분석하는 파트이다. 이 파트에서는 자본주의, 범죄, 정치부터 시작하여 등록금 문제나, 어떤 김밥집에 이르기까지, 평소에 한 번쯤은 고민해봤을법한 문제에 대해 다룬다. 뒤의 파트들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어떤 사안을 다룰 때 윤리나 도덕적인 관점은 고려는 하되, 판단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파트 초반에 '차별과 불평등의 경제학' 이라는 소제로 '왜 차별 없는 세상이 더 불평등할까?' 에 대해 다룬다. 과거에는 흑인이나 여자, 그리고 계급에 따른 차별이 있었다. 그러나 근대에 들어서며 이러한 선천적인 요소들에 대한 차별이 없어졌거나, 사라져가고 있다. 그런데 이런 것이 진정 차별 없는 세상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 논리이다. 우선 개인의 능력으로 부를 모으는 속도보다 자본이 부를 모으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에, 부모의 자산에 의해 인생의 많은 것이 결정된다. 그리고 뛰어난 머리, 운동신경 등 선천적인 재능들로 인해 또 다른 차별이 생긴다. 물론 이러한 부분들은 노력으로 극복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선천적인 차이를 무시하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이렇게 새로 생겨난 차별이라 부르지 않는 차별 때문에 더 불평등한 세상이 된다고 한다.

 

그리고 교육의 불평등이나, 글로벌 시대와 교육 등 교육에 대한 부분도 많이 나오는데, 이는 파트2에서 더욱 많이 다루고 있다.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2. 후회 없는 인생 설계하기

 

이 파트에서는 한 개인이 고민하고 결정해야 하는 여러 사안을 경제학이라는 프레임으로 검토한다. 예를 들어 결혼의 경우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포장을 하지만, 결국 배우자와 자신의 가치가 동일하거나 비슷할 때 결혼이 성사된다고 한다. 같은 논리로 상대의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은, 내게 유리한 결혼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부모는 당사자들의 감정을 깊이있게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겉으로 보이는 가치만을 가지고 판단을 하게 되는데, 결혼이 두 사람의 가치가 비슷할 때 성사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부모님의 결정이 더 객관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교육에 대한 내용도 꽤 여러 부분에서 다룬다. 부모가 자식을 교육하는 방법에 대한 많은 이론들이 있는데, 결국 부모가 자식을 어떻게 가르치냐 보다는 부모가 어떤 사람이냐가 자식에게 훨씬 더 많은 영향을 준다고 한다. 집에서 TV를 보게 하지 않더라도 부모님이 독서를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결국 자식이 책을 보게 하려는 노력은 무사가 되고, 굳이 제재를 하지 않더라도 부모가 독서를 많이 한다면 자식도 독서를 많이 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직업의 선택에 대한 내용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인가 혹은 하고 싶은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해, 저자는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옳다고 단정짓는다. 이런 고민을 할 때 최대한 객관적으로 자신이 이 일을 정말 좋아하는가에 대해 고민을 해봐야 하는데, 만약 객관적으로 그 일을 좋아한다면 이미 그 고민을 하는 시점에서는 그 일을 어느 정도 잘 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논리의 비약이 있을 수는 있지만, 잘 생각해보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3. 전략적 또는 철학적으로 자기 계발하기


마지막 파트에서는 자기 계발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개인적으로 파트 1은 세상에 일어나는 이런저런 현상들을 '경제학' 이라는 프레임만 가지고 풀어나가는 것이 인상적이었고, 파트 2도 마찬가지로 개인의 인생에 대해 경제학적으로 생각하여 고민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파트 3은 파트 1,2에 비해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내용 중 '인생은 한 방'이다?' 라는 내용이 나온다. 사람들이 우스갯 소리(혹은 진지하게) 인생은 한 방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런데 저자는 실제로 성공한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 '한 방'은 대부분 존재한다고 한다. 다만 이 한 방은 정말 아무런 준비도 없는 사람에게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계속하여 준비하는 기간을 거쳐 온다고 한다. 그 이유는, 대부분 종류의 실력이나 결과는 노력에 정비례하여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계단 형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충고의 법칙' 이라고 하여, 주변 사람에게 조언을 할 때는 들을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만 하라고 한다. 같은 조언이라도,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의 상황에 따라 받아들이는 정도나 방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시로 들어준 것으로, 한 워킹맘이 트위터에서 자신의 자식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그렇게 하지 못해 고민이라고 말을 하자, 혜민 스님이 '아침 6시부터 자식과 함께 시간을 보내세요' 라는 조언을 했다고 한다. 그 이후 혜민 스님은 한동안 트위터에서 많은 원성을 샀다고 한다. 사람들이 혜민 스님에게 원성을 보낸 이유는, 혜민 스님이 여자도 아니고 아이를 기른 적도 없어서라고 한다. 하지만 사실 그 조언이 가장 현실적이면서 필요한 조언이지만,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책에 밑줄까지 그으며 읽었지만, 책을 보지 않은 상태로 쓰다보니 다소 내용이 산만한데, 아무튼 경제학에 꼭 관심이 많지 않더라도 이 책은 읽을만한 책인 것 같다. 추천!